흰머리 이야기 임.
거울 앞에 서 있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옆머리.
새치였다.
이제는 슬슬 무시하기엔 너무 많아졌다.
앞머리에도 한 줄, 옆머리에도 두세 줄씩
마치 일부러 브리지를 넣은 것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유난히 햇빛을 잘 받는 날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살짝 과장하면, 닥터스트레인지 느낌도 났다. 아주 살짝.)
한동안 고민했다.
염색을 할까 말까.
이렇게까지 새치를 의식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두자니 왠지 내가 나를 방치하는 기분이 들었다.
결정은 늘 다음으로 미뤘다.
그러다 어제, 그냥 했다.
밝은 갈색.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하고 나니
“왜 이제야 했지?” 싶었다.
내 눈엔 확실히 덜 지쳐 보였고, 5년쯤은 젊어진 기분도 들었다. (내 눈 기준.)
출근했다.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하고, 회의도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퇴근할 무렵 문득 깨달았다.
아무도 내 머리색이 바뀐 걸 말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몰랐을 수도 있고,
알면서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누가 한 마디쯤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좀 허탈했다.
근데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의 머리색 변화 같은 건 잘 모른다.
늘 보던 얼굴에 달라진 무언가를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사실, 다들 자기 일로 바쁘다.
내가 그렇게 바라던 ‘관심’도,
어쩌면 내가 남들에게 주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이 염색처럼,
조금 덜 늙어 보이려는 마음도,
변화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결국은 나 혼자 알아차리고 끝나는 일이다.
그러니 어쩌면,
나는 나를 위해서라도
가끔은 더 분명하게
나를 다듬고, 바라보고,
내가 나를 알아봐야 한다.
그 누구도 몰랐지만,
나는 안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나를 신경 써줬다는 걸.
그리고 그건,
아무도 몰라도 충분히 괜찮은 일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