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완전히 혼자 서기 위해,
제일 먼저 체력을 다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버티기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지치는 날이 많아졌다. 처음엔 그저 마음이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런 감정보다 먼저 무너졌던 건 몸이었다.
출근길 계단이 괜히 더 가파르게 느껴지고, 일이 끝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털썩 앉은 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런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그게 다 신호였다. 몸이 지쳤다는, 그래서 마음까지 따라 끌려가고 있다는 신호.
감정을 다잡기 전에, 숨부터 덜 차야 한다. 체력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웬만한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루를 버텨낼 수 있다. 마음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날이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게 된다.
러닝머신 위에 한 발을 올리는 순간, 오늘도 나를 지키기 위한 작은 의식이 시작된다. 숨을 고르고, 땀을 흘리며, 다시 나를 일으키는 이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회복의 감각이 찾아온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달린다.
[달리기 일지 – 2025.6.21. 19:10~20:10]
몸무게 : 안 재서 모름
눈바디 : 옷 입으면 좀 빠진 거 같고, 샤워할 땐 여전히 쓰레..
특이사항 : 달리다가 중간에 물을 조금 마시면 덜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정말, 너무너무 달리기 싫었다.
내 몸의 생체리듬이 토요일인 걸 알아챈 걸까.
점심 먹고 해야지, 저녁 먹고 해야지—
소파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럴수록 점점 더 뛰기 싫어졌다.
힘든 것도 아니었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정말 그냥, 달리기가 싫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러닝머신에 올라서니
전날보다 오히려 훨씬 수월하게 달렸다.
몸도 마음도 버거웠던 건 시작 전까지였던 거다.
하마터면, 내 ‘의심’을 ‘진짜 이유’로 착각할 뻔했다.
오늘도 그렇게,
작지만 중요한 한 걸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