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달리기는 역시 배신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오늘은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었어요.
소방공무원은 매년 한 번 이상 특수건강검진을 받습니다.
대부분은 며칠 전부터 갑자기 금주를 선언하고, 식단 조절을 시작하죠.
물론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결과는 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는 경계', '…는 위험'이라는 붉은 글씨 앞에서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더 아팠던 기억,
그 자괴감이 낯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5월에 받았어야 했던 검진을 한참이나 미룬 끝에,
달리기 프로젝트 37일째 되는 날에야 받게 된 검진.
그리고 확실치는 않지만,
20년 가까이 건강검진을 받아온 제 감각이 말해줍니다.
‘이번엔 뭔가 다르다’고요.
폐활량 검사를 한 번에 통과했고,
심전도 검사 결과표에는 고른 박동이 새겨졌습니다.
검사 하나하나를 받을 때마다
예전과는 다른, 안정된 몸의 반응이 느껴졌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인바디 결과였어요.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근육량은 늘고 체지방은 뚜렷이 줄어 있더군요.
그동안 변화가 없다며 괜히 투덜댔던 걸 생각하면
얼마나 어리석었나 싶었습니다.
속까지 들여다본 내시경에서도
의사 선생님이 “특별한 이상 없네요”라고 하시는데,
그 한마디에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달리기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몸속 어딘가에서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달리기는 저를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건강해서인지 프로포폴에서 너무 빨리 깼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만큼, 지금 제 몸은 깨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겠죠.
오늘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우리 같이 달려요. 정말, 달리길 잘한 것 같아요.”
[운동 일지 – 2025.7. 22.]
- 팔 굽혀 펴기 : -
- 달리기 : 21:31~22:01
몸무게 : 공식적으로 1kg
눈바디 : 허리띠 1.1인치 줌
특이사항 : 프로포풀 역습인지 두통이 와서 30분만 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