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9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오늘, 한 사람을 만나러 갔습니다.
살리기 위해서.
어떻게든 데려오기 위해서.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늦어 있었습니다.
말도, 숨도, 온기도—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고요했고, 차가웠습니다.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했습니다.
아파트 화단.
난간을 넘은 흔적은
너무도 선명했고,
그 아래 남겨진 흔적은
차마 오래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습니다.
우리는 울부짖는 가족들 사이를 지나
위험 요소를 하나씩 정리하며
바닥에 남은 마지막 흔적을 정돈했습니다.
가족들의 절규는
사이렌 소리보다 더 깊게 가슴을 찔러왔습니다.
“아침까진 멀쩡했는데…”
“왜 그랬을까요… 왜 아무 말도 없이…”
“우린 정말 몰랐어요…”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누군가는 벤치에 주저앉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엔 말보다 무거운 침묵,
그리고 말조차 닿지 않는 충격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현장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시간은
밤 10시 40분.
방화복을 벗고 무전기를 내려놓았지만,
몸 어딘가에 들러붙은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달리지 않고 1시간을 걸었습니다.
천천히, 조용히,
러닝머신 위를 걸으며
그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마지막 그 순간에,
단 한 마디라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면.
정말 단 한 번이라도
“도와달라”라고 말할 수만 있었다면.
무언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까요?
그 생각이 자꾸만 마음을 따라 걸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죽음을 결심한 당신에게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저, 이 말 하나만 전하고 싶습니다.
“살고 싶다”라고.
“너무 지쳤다”라고.
“누군가, 내 얘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지금은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고,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겠죠.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견디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요,
세상엔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정말 간절히 듣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하루엔,
낯선 누군가의 그 말 한 줄이
누군가의 생을 붙잡기도 하니까요.
당신이 느끼는 고통은
절대로 사소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혼자 견뎌온 시간이
아무 의미 없는 버팀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아도,
삶은 가끔, 아주 느리고 엉뚱한 방식으로
우리 편을 들어줄 때가 있습니다.
기어이, 믿을 수 없는 방향에서
새로운 문을 열어주기도 하죠.
그러니,
지금은 그저 한 걸음만 더 머물러 주세요.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 하루를 견디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이 어둠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게 될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로 남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운동 일지 – 2025.8. 3.]
- 팔 굽혀 펴기 : -
- 달리기 : 22:44~23:44
몸무게 : -
눈바디 : -
특이사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