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나는 그 사선(死線)에 있었다.

D+52

by 천재손금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평소 나는, 모든 직업은 각자의 중요함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소방관도 그중 하나일 뿐이고, 우리가 특별히 더 고생한다고만 말하고 싶진 않다.

물론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일이 잦기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직업에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기 다른 도전과 짐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이젠 '소방관은 고생하는 직업'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 끝나지도 않았을 무렵,
출동 지령이 울렸다.

“구조출동! ○○에서 다량의 LPG 가스가 누출되고 있다는 신고자의 유언입니다. 신속히 출동하세요.”

가스누출. 그것도 LPG.
지령을 전달하는 상황실 직원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무전을 통해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
단순한 오인신고가 아니라, 현장 관계자의 정확한 신고였다.

도로에 들어서자,
2~3km 밖에서도 도로 위로 피어오른 구름 같은 가스 덩어리가 보였다.
차를 급히 세우고, 뒤따라오던 조사차를 도로에 가로 세워
일반 차량 접근을 막았다. 경찰에도 지원 요청을 했다.

펌프차에서 수관을 전개해 엄호주수를 하며 누출 지점으로 접근했다.
6명의 구조대원과 함께 도보로 진입했는데,
온몸을 감싸는 특유의 가스 냄새는 말 그대로 숨이 막혔다.

30여 분을 수색한 끝에
가스가 맹렬하게 분출되고 있는 배관 이음부를 발견했다.
소리는,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 거셌고,
연결된 전기 설비들은 마치 불씨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가스 누출 방향으로 방수 포인트를 조정하고
상단 방수포를 조준해 가스를 희석시키려 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방수 물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무전기를 들고 계속 지시를 내렸다.

그 순간들,
나는 분명 두려웠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상황.
눈앞에서 무너질 수 있는 배관.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서는 온갖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다치면,

혹은… 죽는다면—
내 가족은 어떤 얼굴로 나를 기다릴까.


무서웠지만, 나는 그 자리를 지켰다.
내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장은 극도의 긴장 속에 이어졌다.
업체 측에서 모든 밸브를 차단하고,
우리는 맨홀이나 함몰 지점에 가스가 고이지 않도록 대량 방수를 이어갔다.

상황이 안정되자
다른 대원들이 뒤따라 투입되었고,
그제야 나는 내 몸의 탈진을 느꼈다.

온몸이 젖었고,
손은 떨렸고,
숨은 거칠었고,
물은 2리터쯤 마셨다.
하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복귀 후, 씻고 식사를 하고,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팔 굽혀 펴기 100개, 맨몸 스쿼트 100개.
그리고 러닝머신 위에서 속보 1시간.

루틴처럼 이어온 이 훈련이
오늘의 나를 지탱해 준 게 아닐까 싶었다.
죽음과 맞닿았던 그 현장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마 이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살아있는 이 순간이, 그저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뉴스엔 몇 줄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그 사선(死線)에 있었다.
그리고 무서웠지만, 당당하게 서 있었다.
내 자리를 지켰고, 내 역할을 다했다.



오늘만큼은, 나라도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 기록을, 남긴다.




[운동 일지 – 2025.8. 6.]
- 팔 굽혀 펴기 : 100회
- 맨몸 스커트 : 100회
- 달리기 : 19:47~20:48(5.3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