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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재손금 Oct 14. 2024

갯벌 노인 구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걸까?

친구야, 들어봐.

조금 슬픈 이야기야.

"○○펌프,  ◇◇공원 인근 펌플런스 출동하세요! 노인이 갯벌에 누워 있다는 신고 내용입니다. 현재 위험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참고하세요."


파리 올림픽이 절정에 이르렀던 어느 날, 늦은 저녁 출동 지령이 내려왔어. 화재 상황은 아니었기에 대원들과 나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출동했던 것 같아. 이동 중에 대원들과 그분이 왜 갯벌에 누워 계실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마도 조개를 캐러 들어갔다가 고립되신 게 아닐까라는 결론을 내리고 목적지로 향했지.


신고가 들어온 ◇◇공원은 바다와 접해 있어서 평소 바닷바람과 무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붐비는 곳이었어. 요즘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건 사람들의 스마트폰이지. 펌프차에서 내려서 활동을 시작하면 시민들은 각자의 이유로 우리를 찍기 시작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걸 일종의 응원이라 생각하고 무시하는 편이야.


공원 난간에서 내려다본 갯벌에는 80대 노인 한 분이 뒷짐을 지고 서 계셨어. 멀리서 봐도 체크무늬 반바지와 등산용 반팔 차림의 그분은 다리와 팔에 작은 상처가 가득했어. 밀물 때면 바닷물이 난간 바로 아래까지 차오르지만, 지금은 썰물이라 갯벌과 난간 사이에 약 5미터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


"괜찮으세요?"라고 묻자, 그분은 "하... 이거 참 민폐만 끼치네요. 사다리만 내려주시면 제가 혼자 올라갈게요. 참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사과하셨어. 대원들에게 사다리를 가져오라 지시하고, 펌프차에 있던 얼음물을 로프로 묶어 먼저 내려드렸어. 사다리를 전개해 대원들이 갯벌로 내려갔고, 그 와중에도 노인분은 계속해서 "아휴, 제가 민폐만 끼치네요..."라고 말씀하셨지.


허리에 안전 로프를 묶고 사다리를 오르시는 동안, 그분의 작은 목소리는 내내 우리 뒤를 따랐어. 마치 자기 자신이 불편한 존재라도 되는 양, 계속해서 "민폐를 끼쳤다"며 사과하셨어. 대원들은 그분이 안전하게 올라오실 수 있도록 끝까지 뒤에서 붙어 도와드렸어.


결국 무사히 난간을 넘었고, 구급대원이 상태를 확인했는데 그분은 기력이 쇠한 상태였어. 오랜 시간 물속에 계셨는지 온몸이 퉁퉁 부어 있었고, 갯벌의 돌들에 부딪힌 상처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 이송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그분은 고개를 저으며 "폐를 끼치기 싫다"며 계속해서 사과를 하셨어. "죄송합니다. 고생하시는데 저까지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라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시더라.


바로 그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어. 한 아이의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야~ 우와, 이요이요 차다! 소방관 아저씨들이다! 여기 서봐!"라고 외치고 있었거든. 아이는 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었고, 어머니는 그런 아이를 카메라로 찍느라 바빴어. 마치 놀러 나온 기념사진처럼 말이야. 그들의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졌어.


그러나 바로 그 아래에서 구조된 노인분은 자신이 남들에게 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마음이 짓눌려 있었지. 그는 계속해서 자신을 사과했고, 자신이 괜히 모두에게 부담을 준 것 같다는 표정이었어. 이 대조적인 두 장면—고통과 죄책감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노인과 마치 구경거리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내 머릿속에서 묘하게 어우러져 이상한 기분을 남겼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분은 조개를 잡으러 들어가신 것은 아니었어...ㅠㅠ



왜 그분은 자신이 남들에게 그렇게 폐를 끼쳤다고 생각하셨을까? 그리고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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