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꼬꼬마 소방관 시절이었어. 화창한 가을 토요일 오후, 직원들이랑 족구를 하다가 갑자기 화재 출동이 난 거지. 사실 족구를 엄청 못하는데, 분위기상 열심히 뛰어다니느라 제대로 공도 못 맞추고 혼자 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어. 그래도 선임들 눈치 보느라 더 열심히 뛰었지.
보통 방화복 하의는 장화랑 연결해서 소방차 뒤에 두는데, 출동하면 두 발을 쏙 끼워 넣고 차량에 타는 게 기본이야. 그다음 방화두건, 상의, 면체, 헬멧 순으로 착용해야 했지.
펌프차 뒷좌석이 3인석이라 좁은데, 덩치 큰 선배들이 그 공간에서 어떻게든 장비를 입는 모습이 참 대단했어. 한 명은 팔을 요리조리 비틀며 방화두건을 쓰고, 다른 한 명은 몸을 접듯 상의를 착용하고 있었지. 차가 덜컹거리는 와중에도 장비를 착착 입는 걸 보고, 그 넓은 어깨와 덩치로 어떻게 그리 유연하게 움직이는지 한참 신기해했어.
그런데 신입이었던 나는 뒷좌석에서 방화복과 장비를 착용하는 게 엄청난 곤욕이었어. 덩치 큰 선배들 사이에 끼어 방화두건을 쓰고, 상의를 입고, 면체까지 착용하려니까 팔도 제대로 안 올라가고, 헬멧도 자꾸 걸리는 거야. 손은 땀에 미끄러지고 옷은 몸에 들러붙어서, 겨우 장비를 착용하고 나니 이미 숨이 턱까지 차 있었어.
현장에 도착해서 소방차에서 내릴 때는 공기호흡기로 숨을 쉬어야 하는데,
면체가 얼굴에 딱 맞아야 공기가 안 새고 안면부에 서리도 안 차서 시야가 확보되지. 그런데 족구 하다 출동한 터라 얼굴에 땀이 흥건한 상태였잖아. 좁은 공간에서 면체를 제대로 착용하지 못한 채 내렸는데,
공기가 새면서 '피익 피익' 소리가 나고, 안면부에는 뿌옇게 김이 서려서 앞이 안 보이는 거야.
그러다 갑자기 고참 두 명이 와서 날 뒤로 빼더니 막 데려가는 거야. '아, 내가 열심히 해서 그런가?' 싶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더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갈쿠리로 쓰레기가 아니라 관창이 연결된 수관을 열심히 빵꾸내고 있었던 거야.
"어떤 새X가 수관에 빵꾸를 다 냈어?? 누구얏??"
화재가 진압된 후 지휘 팀장님이 우리 센터 직원 15명 정도를 집합시켜서 교육(갈굼)을 하셨어.
팀장님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고 열중쉬어 자세로 서있는데 다들 힘이 들었을 텐데도 베테랑이라 면체를 쓰고도 숨소리가 '취~~~ 익, 취~~~ 윅' 하며 매우 안정적이었어. 그런데 나는 앞도 안 보이고, 그 상태로 헛일을 열심히 한지라 숨이 차는데 공기가 새니까 숨쉬기가 힘들더라고 그래서 몰아쉬었지. 그랬더니 '췩익! 췩익! 췩익! 췩익!'.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는 '췩익! 췩익! 췩익! 췩익!'
내 숨소리가 거슬렸는지 옆에 있던 고참이 허벅지를 꾹꾹 찌르더라고, 숨을 안 쉴 수도 없고 정말 곤욕이었어.
그날 이후로 난 화재 진압대에서 짤리고 행정 담당으로 갔지 뭐. 어때? 웃기지? 그때는 창피했는데,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버렸어.
그런데 기대해!
불끄는 소방관이 전부가 아니야. 이제부터 소방 내근(행정직)으로 가서 펼친 나의 활약상을 들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