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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재손금 Oct 19. 2024

소방공사업법 범죄 수사

명탐정 코난?

친구야, 들어봐.

코로나가 한창일 때 나는 소방특별사법경찰로 근무하고 있었어.

어느 날, 완공을 앞둔 건물에서 소방공사 관련 위반 사항이 있다는 투서가 들어왔지. 그 투서 내용이 마치 하나의 퍼즐 같아서 처음에는 전혀 모르겠더라고.

건축주 A와 시공업자 B,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얽혀 있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했지. 그들은 공사 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법 소방공사를 눈감고 넘어간 듯했어. 이 사건이 단순한 위반이 아니라 범죄일 수 있겠다고 직감한 나는 즉시 내사를 시작했어.


여기서 잠깐!!
내사(內査)란 일반적으로 수사 개시 이전의 단계에서 하는 조사를 말한다. 입건 전 조사라고도 한다. 즉, 인터넷 뉴스나 신문 기사, 풍문, 익명의 신고, 풍설 등의 내용이 범죄의 혐의 유무를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그 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입건되기 이전 단계에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내사의 종류에는 첩보내사, 진정·탄원내사, 일반내사 등이 있다.


투서 내용은 꽤 구체적이었어.

[전국에서 중소형 마트를 건축하여 운영하던 건축주 A는 시공업자 B에게 건물 공사를 '턴키 방식'으로 도급을 줬고, B는 그중 소방공사를 C에게 불법 하도급했다. C는 마치 자신이 건축주 A와 직접 계약한 것처럼 꾸며 소방서에 착공 신고를 했고, B는 그 대가로 C와 인척 관계인 D에게 소방 감리를 맡겼다. D 역시 마치 건축주 A와 감리 계약을 맺은 것처럼 신고서를 거짓으로 꾸며 소방서에 제출했다]는 내용이었어.


위반 사항을 정리하면,

A는 도급 위반(소방공사를 실시하려는 자는 소방공사면허가 있는 자에게만 도급하여야 함)

B는 소방공사 무면허 영업(소방 공사 면허도 없으면서 A에게 모든 공사를 도급받음),

C는 B에게 소방공사 면허 대여와 착공 거짓 신고

D는 거짓 감리 지정 신고 및 허위감리였어.


내사의 첫 단계는 현장 사무소에 찾아가 조사를 시작했어. 소방서에서 나왔고 공사의 적정 여부를 확인한다고 하니, 갑자기 어떤 이사라는 사람이 나와서 고압적인 태도로 으악을 주더라고.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전직 소방관 출신으로, ○○시에서 꽤 높은 지위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인물이었어.

"내가 누군지 알아?, 느그 서장 누구야?,,," 등 그의 막말을 들으면서 심증으로는 투서 내용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되었지.


다음은, 소방공사업체 대표 C를 참고인으로 불러들이는 것이었어.

그는 자신만만하게 A와의 계약서를 내보이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을 하면서 소방서에도 이미 착공신고를 정상적으로 했다고 주장했지. 그래서 나는 소방 공사와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했지.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심지어 공사 현장이 어디인지도 모르더라고. 그 모습을 보면서 그가 감추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어. 이에 나는 16개월 동안 소방공사를 했으니 그간에 사용된 소방 자재 구매 내역과 인건비 지급 자료(통장 내역)를 요청했어. C는 당황해서 우물쭈물거리더니 돌아가서 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하겠다고 하더라. 그러나 C는 차일피일 계속 시간을 끌기만 했지 보내지 않더라고.

나는 C의 거짓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순간이 가까워졌다고 느꼈지.


그다음은 건축주를 A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어.

C와 맺은 계약서를 보여줬을 때, A는 당당히 자신이 계약한 것이라고 말하길래, 마찬가지로 A에게 그럼 계약서에 적혀 있는 계약 금액과 그동안 소방공사의 기성금 지급 내역을 자료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 역시나 이내 "사실은 이 계약서를 처음 봅니다”(범죄 사실 자백)라고 말하며 태도를 바꾸더라고. 그리고 그는 소방공사를 분리 도급해야 하는 법을 몰랐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어. 전직 소방관 출신을 운운하면서 특별히 이사로 선임해서 안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더라고.

나는 참고인이었던 A가 범죄사실을 자백했기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서 수사를 전환하고 피의자 신문 등 절차에 따라 A의 자백을 서면으로 확보했지.


그 후 다시 C를 불러 조사했는데, 이미 A와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듯 순순히 자백하더라고.

소방공사는 사실 A가 선정한 시공사 B가 일반 기계, 전기를 시공하면서 모두 시공했고, 소방공사 면허가 없는 B를 대신해서 C가 A와 계약한 것으로 거짓으로 꾸며 관할 소방서에 착공 신고와 공사 완료 후 완공 검사 신청서만 제출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거야. 또한 자신과 인척 관계있는 D를 B에게 소개해서 소방 감리 무리 없이 해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고 털어놨지.(이게 정상적인 공사 감리가 되겠냐구~?)


모든 진술을 확보한 후, 나는 시공업자 B와 소방감리 D도 불러 일사천리로 수사를 진행했어.

처음에는 왜 이들이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해 쉽게 자백을 하는지 의아했지만, 그들의 이유는 단순했어.

메인 빌런인 A입장에서는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 건물 준공이 지연될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가 빨리 검찰에 송치되고 법원에서 벌금을 받는 게 더 싸다고 계산한 거였지.(A는 관련 전과가 수드룩 했어.)

B, C, D도 벌금과 행정처분이 나오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A와의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랐던 거야.


결국 이 사건은 소방공사를 부실시공 부실감리 등 엉터리로 진행해, 앞으로 그 마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범죄였어.


2달여간의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했어. 그런데

불법 소방공사가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또 수사동안 내 품에 비하면 이후에 나온

벌금은 보잘것 없이 적었어. 씁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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