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악몽을 꾸다 깨어나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쫓기고, 도망치고, 날아오르다 떨어질 뻔하는,
영문도 모른 채 계속 위협받는 꿈.
그때마다 '이건 꿈이야'라고 되뇌며
꿈 안에서 스스로를 최면에 걸듯 되뇌었고,
어느 날은 정말로, 그 주문 덕분에 깨어날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였을까.
악몽을 꾸는 빈도는 점점 줄어들고,
눈을 뜨면 마치 아무 꿈도 꾸지 않았던 것처럼
꿈의 잔상조차 흐릿해져 갔다.
그때부터는
악몽보다도 눈을 뜨는 게 더 무서워졌다.
현실이, 꿈보다 더 악몽 같을 때.
불안에 잠을 못 이루고,
아침이 되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보단 막연한 불안이 앞서는 날들이
나를 조금씩 조여왔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은 말했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합니다.
나중엔 늦습니다.
대학, 취업, 결혼…
그 후엔 너무 늦습니다.
불안이 가득한 삶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찾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그 대사가 참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
'행복은 가까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 길을 정말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방구뽕이 어린이 말고,
지친 직장인들에게 왔어도
아무도 그를 쫓아내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해방은,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마음의 권리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