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워내는 일

by 주석현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는 건

나의 일부를 건네는 일이 아니다.


내 전부를 주는 일이다.

조금 남겨두는 법을 잘 몰라서.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나를 비워내는 일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그 전부를 받아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같은 전부를 받아도

어딘가 허하게 만든다.


나는 다 내어주었는데

돌아오는 건 어긋난 말들,

닿지 않는 온도,

설명해야만 이해되는 마음.


그 틈은 조용히 커져

내 안에 작은 구멍을 낸다.


나는 전부를 줬는데

왜 아직도 모자를까.


그 질문을 몇 번이나 되뇌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부를 줄 것이다.

그게 사랑이니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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