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중입니다

by 주석현실

열심히 앞으로 움직이는데

발은 점점 더 깊게 진흙 속으로 빠져든다


앞으로 가고 싶은데

검은 그림자가 나를 자꾸 뒤로 끌어당긴다


버텨봤자 소용없다고,

그냥 포기하라고

귓가에 계속 속삭이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는 걸까


내 자신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나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린 게

나인지, 당신인지


그래서 나는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더 움직이면 더 깊이 가라앉을 것 같아서


발목이 잠기고,

무릎이 잠기고,

어느덧 숨턱까지 밀고 들어오는

이 차가운 진흙이 무섭다


이대로 가라앉는 게 더 쉬운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치는

내가 점점 낯설어진다


나는 지금

얼마나 버텨온 걸까


나는 지금

얼마나 망가진걸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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