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스 Jan 21. 2024

한강에서 사라진 아들

2년 8개월째 아버지의 시간은 멈췄다

지난 2021년 봄으로 시계를 되돌려본다. 소위 '한강 의대생' 사건이라고도 불린 손정민 씨 얘기다. 손 씨는 반포한강공원 둔치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사라졌다. 그 사이 아들을 찾기 위해 아버지는 얼굴을 내놓고 수십 개의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이곳저곳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닷새 뒤 손 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아들의 사망이 석연치 않았던 유족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를 의심했고, 그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그리고 2년 8개월 만에 내린 결론은 혐의없음. 증거불충분이 이유였다. 사건 당시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나 전문가들의 가설 분석상 타살일 가능성이 희박했던 만큼 아버지도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는지를 저는 사실 알고 싶은 거잖아요.
아들 생각나는 거야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이고,
돌아오지 않는 건 너무나 확실하니까 그게 제일 속상하죠.

그리고 며칠 전 손 씨를 기리는 1000일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친구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지만, 손 씨의 사망 경위는 아직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그걸 납득시킬 의무가 있는 경찰과 검찰이 제 몫을 못했으니 의문점이 계속 남는다는 뜻이다. 애석하게도 반대로 말하면 범인으로 몰렸던 친구 역시도 (완벽한 무죄 증명이든 해명이든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영원한 지옥에 갇힌 셈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2년 8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니 보도는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자인 나도 다르지 않았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게 다시금 질문한다는 건 영원히 아물 수 없는 상처를 헤집고 진물이 흐르는 물집을 몇 번이고 후벼파는 일이겠으나 달리 방도는 없었다. 아프지 않게 살살 묻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테니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덤덤하게 질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답답함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느냐는 아버지의 마지막 대답을 끝으로 인터뷰는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말씀해주신 내용 왜곡하지 않도록 보도하겠습니다.
방송이다보니 기사에 아드님의 얼굴이 노출됩니다. 
실종 당시에도 얼굴이 나오긴 했지만, 괜찮으실까요?"

[다시 간다] 이후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유족이다. 그저 고인에 대한 예의만큼은 제대로 갖추고 싶었다.


아이고 물어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분들은 그냥 알아서 하던데요.
그렇게 해주세요.



그가 실종됐다 사망하고, 긴 수사 끝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나는 내내 사회부에 있었다. 사건 1년이 지난 후 추모공간을 다녀가기도 했고, 한강공원의 안전을 점검하는 취재도 했었다. 다시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지를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썼지만, 한강에선 신원 미상의 남아 시신이 떠오르거나 흉기에 찔린 여성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8개월 만에 이 사건이 종결됐다(수사가 끝났다는 뜻에 불과할 것이다)고 기사를 썼다. 기자로서 나는 늘 제3자이고 관찰자이지만, 기사를 돌아볼 때마다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작가의 이전글 서초동 생활 적응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