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꾸미 문화
단언컨대 취재원이 가장 많은 부서는 정치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300명의 국회의원과 그들 아래 딸린 9명의 보좌관까지 생각하면 순식간에 숫자는 불어난다. 물론 출입하는 정당으로 좁히면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만 108명, 이들에게 딸린 의원실 식구들, 당직자까지… 현장에선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 게 급선무였다. 하루에도 몇 차례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도, 이름도 헷갈리는 이들의 워딩을 받아치고 있자니 왜 선배가 '꾸미'부터 빨리 구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난 누구? 여긴 어디?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현장에서 내 워딩 오타의 빈 구멍을 메워줄, 지금 이 메시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귀띔해줄, 그 모든 게 바로 꾸미였다.
정치부 기자의 8할은 이 꾸미 문화에서 시작된다. '마와리'나 '하리꼬미' 처럼 기자세계에서 통용되는 일본식 은어일 거란 내 예상이 꼭 들어맞았다. '조직'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란다. 비슷한 연차의 기자들끼리 모여 국회의원이나 보좌관과 식사 자리를 잡거나 현장에서 워딩을 공유하는, 그야말로 정치부에서 취재하는 모든 걸 함께하는 공동체랄까. 나 같이 이제 막 출입처를 옮긴 초짜에게는 꼭 필요한 거였다.
그런데 어떻게 구하라는 거지? 막막했다. 원내대표실 앞 바닥에서 노트북에 코를 박고 워딩을 치기를 이틀째, 검찰 출입할 때 안면을 익힌 모 방송사 기자가 보였다. 엄청 반가웠다. 대검찰청과 공수처에서 몇 번 워딩 정도 공유한 사이였는데, 나보다 두어 달 먼저 자리를 옮겼단다.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한테 요청할 순 없으니 두눈을 질끈 감고 물어봤다.
혹시 저도 꾸미에 끼워줄 수 있어요?
안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물어봤는데 흔쾌히 꾸미원들에게 물어봐주겠단다. 취재원을 공유하고, 식사 자리에도 함께 가는 만큼 기존 멤버의 동의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룰 때문이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한 단체대화방에 초대됐다. 오! 드디어 나도 꾸미에 속하게 된 거다.
저는 2019년 입사 이후 사회부에만 있다가 정치부는 처음 왔습니다.
직전에는 검찰과 법무부를 출입했습니다.
검찰 출신 대통령에, 법무부 장관 출신 당 대표가 있었잖아요.
시너지 발휘할 수 있도록 잘할게요!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어색한 인사와 함께 시작했지만, 지난 넉 달 동안 나에게 가장 위안이 됐던 건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비슷한 시기(두어 달 앞선 경우가 많다), 비슷한 연차에 처음으로 국회에 와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또래 친구들이었다. 위 아래로 나보다 훨씬 먼저 출입처에 자리 잡고 있던 선후배 사이에서 애매한 이들, 차말진 혹은 잡진의 위치를 공유하고 있었다. 국회에 오면 왜 타사 기자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더니 맞는 말이다. 그 자체로 의지됐다(과연 이들도 내게 의지할 수 있었을지는 물어봐야 한다). 나의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인내해준 고마운 사람들. 저 핑크색 국회수첩에 얼굴 박힌 의원들과 모조리 1번씩 밥과 술을 먹을 때까지, 이들과 함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