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탈코르셋을 아시나요

by 다현

'과시는 결핍이다'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가 재산이든 권력이든 외모든 무언가를 자랑하고 떠벌리면, 그 사람은 필연적으로 그 과시하는 수단에서 결핍을 느끼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가져도 가져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욕망의 발로이거나, 알고 보면 빈 껍데기에 불과한 무언가를 숨기고자 하는 은폐의 행위이거나. 정말 그럴까?


'과시'라는 단어에서 꾸며냄, 수식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글 쓰기에 빗대어 보자. 나는 글을 쓸 때 쏟아져 나오는 표현과 단어들을 정리하기 바쁘다. 화수분처럼 좋은 문장이 술술 떠올라 단 몇 분만에 일필휘지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말(알맹이) 주변으로 굳이, 수고를 들여, 없어도 될 말(쭉정이)을 부연하는 못쓸 습관이 있다. 과시가 결핍이라면, 나는 한없이 초라한 나의 알맹이를 가리기 위해 보잘 것 없는 쭉정이 여러 개를 나열하여 엄폐 중인 것이다. 얼핏 보면 무언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대충 읽으면 부족함이 없게 느껴질 순 있으나 글을 쓴 나는 안다. 나만의 철학과 고민, 주장이 부재한 글이라는 걸.


요즘 글을 쓸 때 신경 쓰는 건 두 가지다. 첫째는 생각한 후 쓰지 않고 쓰면서 생각하기이고, 둘째는 휘갈긴 문장에서 원숭이가 동료의 이를 잡아먹듯 곁다리 표현과 문장들을 제거하고 다듬기. (신경 써야 할 게 단 두 가지 '뿐'이라기보다는 두 가지 '밖에' 안 된다는 점이니 오해 말길.)


생각을 통해 글의 구조를 설계하고 그에 맞춰 쓰려면 아마 나는 평생 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무턱대고 키보드에 손을 굴려 아무 글이나 쓴다. 그렇게 쓰다 보면 비록 쭉정이의 쭉정이일지라도 하고 싶은 말이 찔끔찔끔 나오긴 한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철학과 고민, 주장이 부재한 글이다보니 문장의 결핍을 감추기 위해 요상한 수사 목적의 단어와 표현을 덕지덕지 펴바른다는 데 있는데... (지금도 보면 '찔끔찔끔', '덕지덕지' 같은 없어도 될 부사를 덧붙이고 있다. 병이다, 병.)


'생각은 더하고 문장은 덜어내기'를 나의 지향점으로 명명한다. 단면적이고 얄팍한 생각을 미사여구로 부풀리지 않고, 머릿속에서 생각의 몸집을 키우고 숙성시켜 자연스러운 그 상태 그대로 빚어내는 것. 여성들이 탈코르셋 운동으로 진한 메이크업과 몸을 조이는 페미닌한 옷에서 탈피해 마침내 '몸의 자유'를 얻게 된 것처럼 나의 글 쓰기에도 탈코르셋이 필요한 때다. 올해는 꼭 문장 '탈코'에 성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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