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기의 미학

by 다현

너무 좋으면 눈물이 난다. 지금 경험하는 이 순간이 지극히 너무 좋아서, 한편으로는 이 좋은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과 현실이라기엔 너무 좋은 이 순간이 과연 현실일까 믿어지지 않는 흥분감에 고취돼 기쁨에 찬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10대 시절 열광하던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장에 갔을 때 그랬고, 20대 때 롱디 연애를 하던 남자친구가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설 때 그랬다. 너무 좋으면 정말 눈물이 난다.


반대로 너무 싫으면? 웃음이 난다. 처음에는 너무 싫어서 분노하거나 울고 소리를 지르는 등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주어진 현실이 과연 정말 사실인가, 이 비현실적인(비현실이었으면 하는 바람에) 감각에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해'지고 실실 웃음이 난다. 이때 새어나오는 웃음은 '하하하하하' '크킄크크킄'과는 다르다.


정말 웃기거나 행복할 때 터져나오는 웃음은 공기 20, 소리 80 정도로 구성된다면 너무 싫을 때 나오는 웃음은 한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박진영이 출연자에게 주문했던 '공기 반 소리 반'이 딱이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한숨 섞인 웃음이 픽-픽- 튀어나온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처음 하던 예능 작가 시절, 구매한지 얼마 안 된 아이폰5s를 택시에 두고 내렸을 때 그랬다. 잘 쓰던 노트북이 갑자기 블루 스크린을 띄워 모든 게 날라갔을 때 그랬다. 최근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을 때 그랬다. 너무 싫으면 정말 웃음이 난다.


이렇듯 감정의 극단에 치닫으면 그 감정과 정반대에 놓인 감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때때로 궁금하다. 왜 정말 좋으면 눈물이 나고, 정말 싫으면 웃음이 나는지. 그 이유를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생명체의 본능으로 발현되는 내재된 성질인지, 작용-반작용의 원칙이 인체 내부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제법 구체적인 추측(하지만 근거 없는)으로까지 이어지는데, 양극단이 공존하거나 연이어 나타나는 흐름은 비단 개인적인 감정 차원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한동안 '최저가' '가성비'를 부르짖던 소비 트렌드는 이제 고급화를 넘어 '초고급화'로 들어선지 오래다. 입이 떡 벌어지게 비싸거나, 대체 원가가 얼마길래 저 가격에 파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저렴하거나. 둘 중 하나다. 정점을 찍으면 반드시 최하점도 찍기 마련이다. 2020년 팬데믹으로 호황을 맞았던 주식 시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지금은 ...더보기. 이 밖에도 슈퍼스타들은 '빠'를 미치게 하고 '까'도 미치게 한다. 빠순(돌)이를 미치게 하는 어마어마한 인기의 연예인들은 필연적으로 안티팬을 만들어낸다. 극도로 열광하거나, 극도로 싫어하거나. 양극단이 공존한다.


너무 좋을 때 눈물이 나고 너무 싫을 때 웃음이 나는 건 세상사에 양극단이 항상 존재한다는 진리를 깨우친 인류가 진화하며 자연스럽게 감각 신경에 새겨진 건 아닐까. 물론 극단만 존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한쪽에 치우친 것보단 양극단을 오가며 중심을 잡는 게 가장 균형적인 상태가 아닐는지.


그런 의미에서 최고치를 경신한 환율도 내려갈 거다. 너무 좋으면 눈물이 나고 너무 싫으면 웃음이 나는 것처럼 너무 올라간 뒤에는 내려갈 것이다. 그럴 거다. 그래야만 한다... 환율도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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