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아쉽지만 알람 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부류의 '갓생러'는 아니고.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아침형 인간에 좀 더 가깝다는 뜻이다. 대부분이 그렇듯 이건 타고난 성향이라기보다는 오랜 직장 생활의 결과물일 것이다. (혹은 나이듦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노화'의 영향일지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밴 나머지 밤 10시만 돼도 하품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눈이 절로 감긴다.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운,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예능 <나혼자 산다>를 보며 다음날 늦잠을 자도 된다는 사실을 만끽할 에너지가 내게는 없다. 토요일 밤 <그것이 알고싶다>를 시청하며 미스테리한 이야기에 주의 집중하고,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뒤를 캐는 용감한 제작진에게 찬탄을 보낼 만한 기회가 내겐 요원하다. 밤 10시 30분만 되면 자꾸 내려앉는 눈꺼풀에 못 이겨 금세 잠에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화된(?) 아침형 인간인 나에게도 잠자리로 향하는 게 유독 어려운 밤이 존재한다. 그 밤은 일주일에 한번씩 규칙적으로 찾아 오는데, 몇 시간 뒤면 출근을 해야 한다는 암울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일요일 밤'이다. 몇 년째 매일 밤 10시만 되면 모든 신체 기관이 수면을 위한 준비를 마칠 만큼 아침형 인간에 최적화된 나지만, 그놈의 출근만큼은 여전히 최적화는커녕 적응조차 되질 않는다.
출근이 너무 싫다. 온몸이 미치도록 출근을 거부한다. 일요일 밤만 되면 다음날 출근만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영혼을 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싫다는 감각만 느끼다가, 이 빌어먹을 출근을 앞으로도 몇십 년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닿으면 한숨이 절로 나오고 급기야 왜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근본적인 자기부정에 빠진다. 여기에 더해 왜 나에게는 불로소득처가 없는지, 출근을 하지 않고 먹고 살 방법은 없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까지.
매주 일요일 밤은 이런 생각의 연속에 사로잡혀 침대에서 뜬 눈으로 수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평일이면 하품이 쩍-쩍- 나오는 밤 10시 30분이 지나도 졸음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11시, 12시, 심지어 새벽 1시가 되어서도 "자야 되는데"만 반복하다 겨우 잠에 든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을 맞으면 "어제 왜 늦게 잤지" 스스로 자책한다. 악습이다. 새해엔 원래 악습을 타파해야 제맛인데... 이 악습을 타파하는 방법은 퇴사뿐이니 그저 울면서 맞이할 수밖에.
벌써 느슨한 긴장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일요일 오후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출근을 앞두었다는 우울감이 나의 밤을 지배할 것이다. 일요일 밤의 우울을 이겨낼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은 부디 짧게 끝나길 바라는 기도뿐. 제발 오늘은 일찍 자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