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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ik Kim Oct 13. 2015

제주도와 아토피

아토피 투병기

아토피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아토피(Atopy) 또는 아토피 증후군은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직접 접촉 없이 신체가 극도로 민감해지는 알레르기 반응을 이른다. 아토피의 증상으로는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 그리고 천식이 있다. 발병에는 유전적 영향이 크다.


자라면서 아토피가 뭔지 모르고 자라났다. 대학 와서 만난 동기 녀석이 자기는 아토피가 있다고 진지하게 말하길래 그게 대체 뭔지 몰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올해 초 태어난 둘째가 아토피성 피부염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유전적 요인이 크다는데... 양가 집안 통털어 최초의 아토피성 피부염 발병자(?)다. 유전적 요인이라는 말이 납득이 안된다. 환경적 요인을 의심해서 실내 공기 및 주거 환경 측정도 해봤지만 기기 상에 검출되는 항목은 하나도 없었다.

말 그대로 원인을 알 수 없다..


 .... 아토피로 애 데리고 병원들을 다니면서 우리나라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게 커지는 경험을 했다.


대략 이런 경험이었다.


A 소아과 전문의 : 어.. 아토피네요. 스테로이드 연고 처방은 해드릴 텐데.. 바를지 말지는 부모님이 결정하세요. 인터넷 찾아보면 부작용이나 그런 거 잘 나와요


.... 네?....


B 소아과 전문의 : 바르라는 연고를 왜 안 발라요? 이리 줘봐요. 이렇게 바르는 거예요. (의사가 직접 벅벅 바름 )


C 피부과 전문의 : 어떤 새끼가 이걸 얼굴에 바르라고 줬어? 어디 병원이야? 이거 바르지 말고, 이걸 발라. 아토피 피부염이 나을 때 까진 계속 연고를 바르고 보습해주면서 완전히 피부가 깨끗해지고 난 다음에 다시 관리를 해야 하니까 그때까진 계속 발라야 해.


... 이 시점부터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처방을 일일이 찾아보기 시작함. C 피부과에서 준 연고는 더 강한 스테로이드 계열의 의약품이었다...


D 종합병원 소아과 전문의 :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나타났네요. 일단 중단하세요. 적당히 알아서 조절하면서 발라야 해요. 보습 잘 해주셔야  하구요.... 그리고 사실 아토피는.. 소아과 전문의 중에서도 그쪽 전공 아니면 잘 몰라요.


.... 패닉....


E 대학병원 소아과 전문의 :  혈액검사해보니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네요. 우유랑 계란 피하세요...  피부는.. 뭐 그러면서 지켜봐야죠


F 대학병원 소아과 전문의 : 그렇다고 우유랑 계란 관련 식품을 전혀 안 먹이면 또 곤란해요.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은 먹어줘야 해요. 아토피 고치자고 성장을 못하면 그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뭐랄까.. 보통 양의들의 한의사들 욕하면서 늘 하는 말이 비과학적이니 어쩌니 하는데... 아토피로 여러 병원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건 양의들도 비과학적이었다. 각자 자기 경험에 비추어 진단과 처방을 하고, 그 처방도 의사들 사이에서 서로 의견이 달랐다..  


.... 이런 경험과는 별개로 애기의 상태는 점점 심해져갔다. 얼굴엔 진물이 흐르고, 가려워서 한시도 잠을 자지 못하고, 자꾸 손으로 긁어서 상처도 나고 피도 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주면 잠시 나아지는 듯 싶다가 이내 더 심해졌고.. 급기야 스테로이드 부작용까지 나타나서 혈관이 얼굴에  비치고.. 이러다가 정말 애가 잘못되는 거나 아닐까 하는 걱정이 커져만 갔다. 마눌님이 이때 정말 고생했다. 마눌님이 이것저것 자료들을 찾아보곤... 이때부터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거의 바르지 않고, 간지럼을 억제해주는 유시락스 계열의 약도 먹이지 않았다. 대신 밤마다 애기의 두 손을 꼭 붙잡고 잤다. 그리고 어딜 가던 항상 애기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일단 애기가 얼굴을 긁지 못하게 하는 게 최 우선 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애가 정말 힘들어하면 개미 눈곱 만큼 씩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줬다...( 그러면 그 순간에는 애가 어찌나  편안해하는지..ㅜㅜ )


이러고 있다가 제주도로 옮긴다고 하니 마눌님이 걱정이 태산이었다. 인터넷을 좀 뒤져보니 전국에서 아토피 발병 1위가 제주도라고 한다. 그리고 제주도에 삼나무가 많아서 그 꽃가루가 아토피를 유발한단다..


또 혹자는 제주도 아토피 발병률 1위는 제주도에 아파트를 대거 짓기 시작하면서 나온 수치라고 한다. 그 전에는 수치가 낮았다가 제주도에 저급 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를 대량으로 지으면서 발병률이 급격히 올라갔다고 하고...


어떤 게 맞는진 모르겠다. 아토피라는 게 어차피 원인도 불명이고 치료법도 없는 거라..( 정확히는 질병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고 한다 )


처음 제주에 오니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둘째를 보면서 혀를 찼다. 어린 게 얼마나 힘들곘냐며.. 그러면서 다들 바닷물로 세수를 시켜 주라고  한다.... 안 그래도 애 피부가 연약하고 자극에 약한데.. 소금기 있는 바닷물로 세수를 시키면 안될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나 하고 조금 씻겼더니.. 상태가 개선되는 게 보였다.  그래서 거의 매일같이 애를 데리고 금릉, 협재, 곽지과물 등으로 나갔다. 돌도 안 지난 애기를 데리고 바닷물에 뛰어들어서 매일 온몸을 바닷물로 적셔주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둘째는 제주도 와서 3달만에 아토피 증상이 엄청나게 개선되었다. 아토피성 피부염과 함께 오던 두피에 지루성 피부염은 완전 사라졌고, 얼굴에도 진물은 사라졌고 작은 딱지 같은 것만 조금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온몸에 번져 있던 붉은 자국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이게.. 그냥 아이가 커가면서 자연스레 면역력이 강화돼서 개선될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제주의 바닷물 덕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원에서 몇 달간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애기 상태가 악화만 되던 걸 지켜보다 보니 바닷물 덕분인 것 같다는데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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