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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ik Kim Oct 20. 2015

제주에서 애를 키운다는 것

부모들의 착각

지난 주말에 제주 책 축제에 애를 데리고 놀러갔다.

책과 관련된 다양한 부스가 준비되어 있고, 체험활동들도 좋았다.

제주 책 축제. 웬만한 부스는 모두 예약이 차버렸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원하는 체험을 하려면 1시간은 넘게 기다렸다 예약을 걸고 또 1시간여 뒤에나 해볼 수 있었다. 작년엔 이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는데, 서울에서 엄마들이 많이들 와서 그런거 같다고 한다.

( 추가로 서울에서 온 몇몇 엄마들은 뛰어난 팀웍을 발휘해서.. 4~5명이 한팀으로 부스마다 흩어져서 자기네 인원 수 만큼의 대기 예약을 걸어두고 오기도 했다. 좀 얄밉더라. 결국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상황을 인지한 주최측에서 대기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예약증을 주는걸로 정책이 변경되었다 )


이 날 동화 구현 부스에서는 '서울 쥐와 시골 쥐' 의 인형극이 상영되었다.

시골 쥐는 맛없는 농산물만 먹고 사는데, 마음이 편한거고,

서울 쥐는 맛있는 케이크 같은거 먹고 사는데, 사람에게 늘 쫒겨 다니느라 마음이 불편하다는 동화였다.

동화의 결말은 서울로 놀러온 시골쥐가 여기선 못살겠다며 다시 시골로 내려가는 엔딩이다.


인형극이 끝나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은 서울쥐가 좋아요? 시골쥐가 좋아요?"


옹기종기 앉아서 인형극을 보던 30여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서울 쥐요!"


뭐 또 비슷한 지인의 사례를 들면.. 지난 여름에 아이를 데리고 남도 일주를 했단다. 남해안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두루 보여주고 놀았는데... 나중에 애한테 가장 기억에 남는게 뭐였나고 묻자 "거기 이마트에서 동전 넣고 탔던 장난감 말" 이라고 답했단다 ㅋㅋㅋ


보통 제주로 내려오는 부모들은 제주에 가면 애가 깨끗한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보통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제주의 깨끗한 자연이 아니라 도시의 재미난 유원지들과 맛난 먹을꺼리들이다.

제주간다고 애가 맨날 이런 말 타고 놀진 않는다



새별 오름. 요새 억쇄가 한창이다. 근데 이런건 어른만 좋아한다.

제주에서 애를 키우면 아무래도 도시에서 누리던 것들 중 포기해야 하는게 참 많다.

이 곳엔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공연도 없고, 재미난 놀이 공원도 없다.  애들에게 제주도는 정말 심심한 곳이다. 딱 한철 여름엔 좋다. 도시에 살땐 정말 가끔 가 보던 해수욕장을 거의 매일같이 가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외의 봄, 가을, 겨울은 ... ....

집에서 빈둥거리는 첫째

 

운동장에서 빈둥거리는 둘째


혹시나 자녀를 마냥 깨끗한 자연 환경에서 놀게 해줄 생각만하고 이주를 하려는 분이 있으면 좀 말리고 싶다. 일단 대부분의 경우에 애는 자연 환경을 좋아하지 않을꺼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대신 항상 근처에서 자기가 원할 때 같이 놀아주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건 좋아한다.

결국 부모하기 나름이지 그냥 위치만 제주도로 옮겨놓는다고 애가 행복해하진 않을꺼다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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