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얼마 정도면 살 수 있을까요
(오래간만에 높임말로 포스팅합니다.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글은 반말로.. 뭔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할 때는 존댓말로 적는 게 편하더라고요 ^^ )
네이버 카페나 그런 곳에서 저한테 쪽지로 제주 이주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의 최대 관심사는 제주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느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말은 곧 한 달에 얼마 정도면 생활이 가능하냐라는 질문과도 같습니다.
제주에서 살아가려면 월 얼마의 소득을 올려야 할까요?
미리 답을 알려드리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답이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를 소개합니다. 아마 보는 분에 따라 '저건 무슨 돈지랄이야?'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애게? 왜 저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부의 양극화가 심하니....
각자 참고만 하시고.. 적당히 본인의 경우에 대입해서 산정해보시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주 및 정착 비용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제 경우는 10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내려온 상황이라 모든 비용을 최소로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고정적 월 소득이 없는 상태인지라 일단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여보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자연히 값싼 연세나 전세를 중심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제주도 전역에 걸쳐 집값 오르는 게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집 돌아보다가 마눌님과 긴급히 전화통화로 현지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연세나 전세로 집을 구할 경우에 자칫 2년 후에 감당 못할 정도로 집세가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요. 그래서 그냥 집을 구입하는 쪽으로 급 선회했습니다.
집 구입비용 : 1.7억 (대지 250평, 방 3칸 정도의 일반 농가 주택 )
집수리비용 : 850만 원
부동산 중개 비용 및 법무사 등기 비용 :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법정 수수료 다 지급되었습니다. 그냥 대충 10%로 잡는 게 속편 할 것 같습니다.
수원-제주 포장이사 비용 : 250만 원
적고 보니까 생각보다 지출이 많았네요. 만약 이 지역에 연세로 살려고 했으면 1000만 원 미만에 이사비용까지 모두 가능했을 것 같네요 ㅜㅜ.... 연세 1200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집들도 구할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저희 경우에는 혹시나 모를 집주인과의 마찰이나 잦은 이사로 인한 아이 스트레스 같은 게 더 큰 걱정이었기에 그냥 질렀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지역이 동네에 슈퍼마켓도 없는 시골 지역이라 집값이 저 가격이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읍내나 도심으로 나갈수록 저 금액은 더 올라갑니다. 변두리 타운 하우스 쪽으로 가게 되면 최소 3~4억 정도 생각하셔야 하고, 신축 타운 하우스라면 4~5억 이상도 가는 것 같습니다. ( 여담입니다만.. 불과 3년 전에 이 동네 250평 정도 되는 시골 주택 경매 낙찰가가 1억 미만이었습니다. 3년 사이에 거의 2~3배가 오른 거죠;; )
노후한 빌라나 그런 곳은 좀 더 싸게도 있지만 애초에 제 고려대상은 아니었기에 안 봤습니다..
물론.. 잘 찾아보면 지금도 1억 미만의 주택이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5세, 1세 여아가 있는 4인 가족입니다. 외식은 거의 하지 않고, 죄다 집에서 해먹습니다. 여기저기 놀러는 많이 다니는 편이지만 입장료가 비싼 곳은 가지 않습니다. 어차피 해수욕장이나 오름이나 어지간한 곳은 입장료 없이 잘 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민 할인이나 도민 무료입장인 곳도 꽤 되고요 :)
이걸 감안하고 지난 1달간 쓴 내역을 대충 살펴보면
보험료 : 12만 원
의료 보험 : 16만 원
주유비(카렌스 2 LPG) : 20만 원
식비 : 40만 원
전화/통신비 : 12만 원
유흥비(외식, 놀러 가서 사 먹는 것들) : 10만 원
애기 기저귀 값 : 4만 원
물/전기 : 8만 원
가스(온수. 요리) : 3만 원
총계 : 약 125만 원
여기에 이제 겨울이니 난방비가 추가될 테고, 의류비들도 조금씩 지출이 될 겁니다. 그리고 자동차 보험이나 가끔 들어가는 수리비 같은 1회성 비용들도 추가가 될 테고요. 전반적으로 육지에 살 때에 비해서 그리 낮아진 비용이 없습니다. 제가 카페를 못 가서 커피 비용 같은 게 사라진 정도? -_-
다행인 것은 아이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식비 외엔 거의 없는 편입니다. 옷이나 책은 죄다 친척들로부터 물려받았고, 유치원은 병설 유치원이라 그런지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칫솔까지도 다 주더라고요..)
저희 집 목표는 매달 나가는 지출 중에 보험은 어쩔 수 없다 치고.. 나머지 항목들을 50만 원 이하로 맞추는 겁니다 ㅋㅋㅋㅋ 가능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매달 체크카드로 50만 원만 이체해놓고 아등바등 버텨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 이달 생활비로 책정해둔 50만 원은 중순이 되기도 전에 다 사라져 버렸다는.... )
현실적으로 결론을 내리면 일단 매달 150만 원 정도는 벌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좀 여유롭게 살려면 300 정도는 벌어줘야 할 것 같고요.....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제주도는 임금이 싼 편입니다. 만약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이라면 계산기를 좀 더 두드리셔야 할 겁니다. 월 2~300 주는 일자리가 별로 없거든요. 어차피 한정된 경제 규모의 제주도 내에서 일자리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임금도 기대에 못 미칠 테고 텃세도 무시할 수 없을 테고요.
최근 집 근처 도서관에서 1년 계약직 사서를 뽑던데,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근무하고 월 152만 원 지급이더군요. 물론 교육 공무원 계약직이라 추가 지급분이 더 있을 것 같긴 한데.. 저 정도가 주 40시간 근무할 때의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캐바캐죠. 직종에 따라 편차가 클 겁니다.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저한테 묻는 분들에게 드리는 조언은 제주도 안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보다는 육지에서 일을 따올 수 있는 프리랜 서쪽을 알아보시는 게 좋다입니다. 그리고 도시보다는 시골 쪽을 알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시골에 살아보니.. 절약되는 게 꽤 많더군요. 하다못해 의료보험도 시골지역이라고 할인해주고, 주위 이웃 할머니들이 무, 양배추, 귤 등등 그냥 먹으라고 주시는 것도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