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ik Kim Feb 24. 2016

제주의 겨울

누가 제주도는 겨울에 따뜻하다고 그랬나

거의 몇 달간 글을 못적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우선 한달 전 내린 폭설 이야기 부터 해야겠다.


제주도 그것도 서귀포 쪽으로 간다고하니 서귀포에 살던 모 지인이 이런 말을 해줬다.

"이제 너 눈구경 하기 힘들꺼다. 이 동네는 눈이 오더라도 하루면 바로 다 녹아버려"


... 정말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흑백 사진으로 변해버린 동네


눈이 펑펑 오더니 이렇게 쌓여버렸다. 시골 지역이라 제설 작업이 이루어질리 만무하고, 급기야..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가 얼어 버렸다.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 계량기는 얼지 않았는데, 수도 계량기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관이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날은 하루면 금방 녹겠거니 하면서 첫날엔 애들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놀았다. 


그런데.. 하루가 지났는데 눈은 녹질 않았다. 그리고 수도도 녹질 않았다. 


이때의 난감함이란...마치 재난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다.

일단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추가적인 식료품 구매가 힘들었고, 집에 물이 끊겨서 미리 사다놓은 생수통 4통 정도가 가지고 있는 수 자원의 전부였다.  일단 따뜻하게라도 지내자 싶어서 보일러는 펑펑 틀어놓았다.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가 얼어도 보일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로 내부 순환하는 방식으로 다행히 동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일러에 물 부족이 뜨면서 보일러가 멈췄다. 부랴부랴 드라이기로 하루 종일 수도관을 녹여봤지만 역부족..결국 그날은 캠핑 용품 꺼내서 전기 장판으로 하루를 어찌어찌 버텼다. 다음날도 수도는 녹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집에 있던 식량도 거의 바닥이 났다. ( 듣자하니 이날 제주시내의 마트에서도 식료품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었다고 한다. )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였다. 애들을 다 태우고, 이 눈길을 헤치고 나가 어디 가까운 호텔이나 펜션 등으로 피난을 갈 것인가를 곰곰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다른건 몰라도 보일러가 멈춰버린게 제일 타격이 컸다. 밥이야 좀 적게 먹거나 반찬 줄여서 먹으면 되지만 추위 만큼은 어떻게 해결이 안된다. 정말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제설 작업은 이 시골까지 해주지 않는다

도로 상태가 위 사진과 같았다. 천천히 운전하면 어찌어찌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하고 고민하다가 일단 하루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다행히 그날 밤에 얼었던 수도관이 갑자기 녹으면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집에 수도란 수도는 다 틀어놨었는데, 새벽에 갑자기 수도관이 녹은 덕분에 .. 집안에 홍수가 날뻔했다..;; )


옆집 할아버지 말로는 자기가 평생 제주도에서 살았지만 이런 눈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말씀드렸다. 

전 육지에서만 살다가 제주로 왔지만 이 정도 눈은 육지에서도 보기 힘들었습니다 =_=


이번 추위와 눈이 기상 이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데, 왠지 앞으로도 종종 이런 일을 겪게 될 것 같다. 내년 겨울에는 미리 좀 준비를 해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에서 살기 위한 월 소득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