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지난 2월 초 첫째가 유치원 수료식을 했다. (졸업식이 아니라 수료식이다) 이제 6살로 올라가는데 5세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고 수료증서를 주는 것이다.
유치원만 따로 행사를 하는 건 아니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같이 수료식 및 졸업식을 진행한다. 참고로 이 곳 학교 현황은 유치원생 8명, 초등학생 65명, 중학생 44명의 정말 작은 학교다. 그나마 인근 4개 지역의 학교들을 통폐합해서 지금 현황이라고 한다. ( 학생이 총 117명인데 교직원은 총 35명이나 있다!! )
정말 오랜만에 가보는 졸업식장이었다. 내 졸업식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냥 지루한 교장 선생님 훈시 같은 거나 들으며 딴생각하다가 졸업식 노래 같은 거 한번 부르고 친했던 친구들이랑 사진이나 몇 장 찍고, 부모님 손잡고 맛난 거 먹으러 가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곳은 시골학교 졸업식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유치원 때부터 다들 알고 지내던 동네 형 동생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좀 더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그리고 유치원장 겸 초중학교 교장을 겸직하는 교장 선생님도 시인이라 그런지 축사도 상당히 짧았다. 축사가 2분도 채 안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기나긴 시상식이 이어졌다. 작은 학교 규모에 비해 장학금 같은 시상이 엄청나게 많아서 거의 졸업생 1인당 상장 1개 이상씩은 받아가는 분위기였다. 공부 좀 하게 생긴 학생 몇 명은 졸업식 내내 앞에 나가서 무슨 장학금, 무슨 상 등을 중복 수상하는 게 예사였다.
기나긴 시상식이 끝나고, 이제 재학생들의 졸업식 영상이 이어졌다. 이 대목에서 정말 놀랐는데.. 전교생이 한 명 한 명 다 등장해서 졸업 축하한다고 말해준다. 아무리 사람이 적은 학교 라지만 1인당 30초씩만 잡아도 시간적으로 꽤 긴 시간이다. 하지만 꿋꿋하게 그걸 다 틀었다.
이제 식도 마무리되었고, 졸업식 노래를 하겠거니 했는데... 웬걸... 학생들은 다 같이 졸업식 노래 대신 이 노래를 불렀다.
https://www.youtube.com/watch?v=Ke-vA7bcoBw
요즘 졸업식 추세가 다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신선했다.
첫째가 나중에 이 학교에서 졸업할지는 잘 모르겠다. 학생 수가 너무 적다 보니 살짝 걱정이 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가 이 학교 다니는 중에 혹시 폐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 그래도 일단 아직까지는 이 유치원,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참 좋은 것 같다. 딸아이도 앞날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여기서 푹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