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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ik Kim Sep 03. 2015

제주도 이주시 고려해야 할 것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

요즘 제주도로 매달 1100명 정도가 이주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언론이나 인터넷을 조금만 살펴보면 무작정 제주로 가면 안된다고 각종 조언이 넘쳐 난다. 그런데 그 조언들을 보면 다들 뻔한 소리 같다. 


대표적인 조언들이..

- 관광지로써의 제주와 거주지로써의 제주는 다르다

- 습기가 많아서 온 집안에 곰팡이가 필 거다 

- 텃세가 심하다

- 생계 수단을 마련하기 힘들다

- 물가가 비싸다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말들은 굳이 제주가 아니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에게도 거의 똑같이 적용되는 일반적인 조언들이다. 서울도 관광으로 가는 거랑 거주하러 가는 건 달랐고, 차원이 다른 더러운 공기였고, 텃세도 심했고(서울 상경  당시... 내 사투리가 심해서 더 그랬을지도), 생계 수단 마련도 힘들었고, 물가도 살인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제주 이주를 결정할 때 위 조언들은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되었던 조언은 미리 제주에 와서 살고 있던 몇몇 지인들의 경험담이었다. 그래서 그 조언들을 공유한다. 


- 3달 정도 지나면  외로워질 것이다.

가족들은 육지에 두고 일 때문에 제주에 내려와 있던 지인의 말이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는 제주가 좋아서 온 가족을 그냥 다 데리고 제주로 이주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처음 왔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제주의 뛰어난 자연환경, 육지보다 쾌적한 교육환경, 다양한 볼거리 등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달이 지나고 2달이 지나.. 점점 시간이 지나자 외로워졌다고 한다.  그분은 지금 하는 일이 끝나면 그냥 다시 육지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제주도의 인구는 70만 명 정도. 육지 작은 도시 규모의 인구다. 그나마 사람들은 제주시에 대부분 몰려 있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서귀포시에 몰려 있다. 그 외 지역의 인구밀도는 엄청나게 낮은 편이다. 그래서 조금만 외곽에 살아도 사람 보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난 무인도에 던져놔도 인터넷만 되면 행복해하는 히키코모리적인 성격이라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 것 같지만 같이 데리고 온 가족들을 위해서 꾸준히 지인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마눌님은 수다 떨 상대가 필요하고, 아이들은 같이 뛰어놀 친구가 필요하다. 


기존 지역민들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섬 사람들 특유의 폐쇄성도 있고, 생활 패턴 자체가 일찍 집에 들어가는 생활 패턴들이라 육지 스타일로 같이 저녁을 먹고 밤에 술 한잔 하고 어쩌고 하면서 친해지는 게 힘들다는 소리다. ( 다음 문단에서 다시 말하지만 가게들이 다 일찍 문 닫는다. ) 


내 경우는 시골 지역으로 이사를 온 덕분에 이웃분들이 새벽 6시에  밭일하러 나가서... 밤에 들어온다.. 피곤에 지친  그분들을 붙들고 밤에 또 술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이웃들과 사이가 나쁘진 않은데.. 이사온지 2달간 여지껏 딱 1번 같이 밥 먹었다. 그 이후로 기회를 만들려고 해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ㅋㅋㅋ )


결국  나처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두루 물색해보는 게 가장 편하다. 어차피 그 사람들도  외로워할 테니 말이다  :)... 


- 제주도 가게들은 모두 일찍 문을 닫는다.

제주시를 제외한 지역은 저녁이면 웬만한 가게들이 문을 닫아 버린다. 서귀포시만 해도 저녁 7시에 밥 먹을 식당 찾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서귀포시에는 술집도 거의 없다. 젊은 친구들 이야기로는 술 마시려면 제주시로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  (※ 수정합니다. 서귀포 구도심쪽엔 새벽까지하는 술집도 있는 모양입니다 ^^

 )

저녁 7시... 말 그대로 초저녁인데... 가게들이 죄다 문을 닫아 버리고 고요한 도시. 상상이 되는가?


심지어 우리 동네에 있는 하나로 마트는 저녁 8시 정도면 영업을 종료한다. 저녁에 마트에 뭐 좀 사러 갔다가 불 꺼진 모습을 보고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




- 제주도는 기술력이 떨어지고, 체계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건축 분야에 있던 지인이 해준 이야기다. 육지 기술자 2명이서 하루면 할 일을 제주 사람들은 4명이서 1주일 동안 하기도 한다고...


제주 사람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구 70만 명의 시장 규모에서 발전한 기술과 인구 수천만명의 시장 규모에서 발전한 기술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내 고향인 경남 마산도 인구가 100만 명이지만 서울에 비해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육지 사람들이 제주 와서 그런 차이를 확실히 느끼는 건 리모델링을 할 때다. 내 경우에 아래 사진 같은 농가 주택을 구입해놓고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업체를 불렀다. 견적 비교를 위해서 약 10개 업체와 미팅을 했다. 

5개 업체는 그냥 개인 사업자였고, 2개 업체는 그래도 규모가 있는 회사였고, 3개는 그냥 개인 목수들이었다. 

그 업체들 중 단 1군데만이 내게 상세 작업 내역과 견적서를 제시했다. (그 1군데 업체는 작년에 육지에서 제주로 넘어온 업체였다. )


나머지 업체는 집을 스윽 둘러보고 "5000만 원에 하시죠"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선 손짓 발짓을 해가며 "여기다가는 이렇게 데크를 내고, 또 여기다가는 창을 이렇게 저렇게 하고..." 하면서 설명을 열심히 한다. 

아무 상세 작업 내역도 없고, 견적서도 없이 일단 계약을 하자는 제주도의 관행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주도 이주 관련 카페들을 보면 이렇게 계약을 해서 작업을 하다가 공사비가 계속 불어나는 사건(?)들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애초에 상세 견적이 없었으니 어떤 부분에서 뭐가 오버돼서 공사비가 올라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걸 따지고 든다고 또 일을 하다 말고 내팽겨치고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혹자는 이걸 그냥 제주도와 육지의 문화 차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제주의 제도가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육지처럼 명확한 계약 관계에 의해 일을 진행하지 않고 그냥 알음알음 지인 간 거래가 중심이 되다 보니 지금의 상태가 된 것 같다. 


결국 난 리모델링 공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기본 집 수리만 해서 입주를 했다 ㅜㅜ


- 그 밖의 것들

 제주도는 습하다. 사실 나도 바닷가 지역 출신이라 습한 공기에 대해선 잘 못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다들 습하다고 하니.... 매일같이 이불들을 햇빛 잘 받게 널어둔다. 

그래도 옥상에서 이불 말리면서 햇빛과 바람을 맞으면 이런저런 불편한 게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제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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