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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ik Kim Jul 10. 2017

제주도 이주 2년 차 소감

1 년 같은 2년을 보내고...

2015년 7월 10일에 제주도로 이사를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 용감했던 것 같다. 직장 관두고 온 가족을 이끌고 제주로 올 생각을 하다니.. 엄청나게 큰 일인데, 그때는 별 고민 없이 쉽게 결정하고 바로 움직였었다. 


그리고 벌써 2년이 지났다. 

이사 온 다음날 마당에서

처음 이사올 때 작은 통 하나에서 같이 목욕이 가능하던 작은 두 꼬마는 어느새 훌쩍 자랐다.

제주에서의 2년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육아에 관련된 기억들이다. 부모님은 손주들 데리고 시골로 갔다고 걱정이 태산이셨다. 애들 교육은 어떻게 할 거냐.. 시골에서 공부도 못 시킬 텐데 뭘 어쩌려고 그러냐 등등..


애들은 이곳 제주 시골에서 정말 원 없이 놀면서 크고 있다. 바다에서.. 들판에서.. 오름에서...

매사에 소극적이던 첫째는 제법 낯선 사람에게 말도 걸고, 아토피로 온 몸이 진물 투성이던 둘째는 제주 바다에 몸을 담그면서 많이 좋아졌다. (... 정말 신기한데.. 아토피가 바다에 갔다 오면 많이 개선된다.. 요즘도 아토피가 좀 심해지려 하면 바다에 데리고 간다.. 그러면 순식간에 피부가 깨끗해진다.. )

 너무 놀리다 보니 생겨난 부작용인지... 첫째가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사교육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서... 배우고 싶은 게 산더미다. 대충 근처에 수소문해서 학습지 시키고, 영어학원 보내고, 연기학원을 보내고 있는데.. 그 상태에서 피아노, 태권도, 미술을 더 배우겠다고 졸라댄다..;;

(사실 지금도 체력적으로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힘들면 그만두라고 말하는데, 요지부동이다. 어젠 친구가 거문고를 배우러 간다고 말했다며 자기도 보내달라길래 깨끗하게 단념시켰다.. )


내가 사교육비에 이렇게 돈을 많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언니 하는 걸 유심히 보는 둘째는...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자기는 발레 학원 다닐 거라며 맨날 혼자 발레 연습 중이시다..


딱히 돈 나갈 일이 없어서 그냥 계속 놀아도 되겠거니 싶었는데, 사교육비 덕분에 잔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아마.. 애들 학원비 벌러 조만간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 대체 직장을 왜 관둔 건가... 쿨럭... )


제주에서 2년을 보내며 사실 늘 좋았던 건 아니다. 사람 사는 게 늘 그렇듯 스트레스도 받고, 싸우기도 하고, 막막해하기도 했다. 불합리한 것들도 많이 보고, 육지에 비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 보기가 힘들어 외롭기도 하고,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일들도 겪는다. 


내가 제주에 내려올 즈음에 제주에 내려왔던 사람들 중 몇몇은 제주 생활에 지쳐서 다시 육지로 돌아갔다. 그들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육지에서 아무리 잘 나갔던들 이곳에 오면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하고, 이곳 제주의 혈연, 지연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외부인이 섣불리 그 사이에 끼지 못한다. 


어쩌면 육지에서 제주로 이사 온 사람들은 영원한 이방인일지도 모른다. 제주를 짝사랑하는 이방인들. 내 경우는 아직 제주 사람들이랑 그리 엮일 일이 없어서 그런 소외감을 잘 못 느끼는데, 제주에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절실하게 느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까지는 제주가 좋다. 원래 콩깍지가 씌면 3년은 간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2년 지났으니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려면 1년은 남았다. 

아직은 제주의 바람이 좋고, 바다가 좋다. ~마시. ~~ 꽈? 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제주 사람들도 아직까지 신기하다. 무엇보다 애들이 제주를 좋아해서 참 마음에 든다. 



.... 요새 영어 공부 중이신 첫째가 자기 영어 좀 할 수 있게 되면 미국 가서 살아보자고 말하긴 하는데...... 좀 크면 잊어버리겠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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