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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ik Kim Sep 04. 2015

뜻밖의 농사

난 귀농이 아니라 귀촌이었는데

제주도로 내려오면서 과감하게 시골 주택을 구매했다. 워낙 제주도 땅값이 폭등 중인지라 연세나 전세로 집을 구했을 경우 2년 후에 혹시나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제주도는 특히 최근 2~3년 사이에 집값이 2배 이상씩 올랐다. 


이곳 대정읍도 예외는 아니어서 과거 실거래가 조회를 해보면 지금 가격에 쉽사리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니 이성적인 판단보다... 집 돌아보다가 마음에 든다 싶으면 그냥 질러버리는 게 맘 편하다. 특히나 시골 주택은 애초에 매물이 거의 없다. (제주도 시골에 살다가 굳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살짝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말해주자면 지금 집 값을 두고 제주 사람들과 육지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갈린다. 제주 사람들 입장에서는 3년 전만 해도 5~8000만 원 했던 집이 지금 2~3배씩 올라 있는 상황이 과열이라고 느낄 것이다. 그런데 육지 사람들. 특히 수도권에서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그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라고 여긴다.  그래서 제주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피해는 기존 제주도 거주민들이 입고 있다. 과거엔 연세로 500만 원 정도면 충분히 살 집을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웬만한 집들은 죄다 연세 1000만 원을 부르고 있다. 


너무 부동산 이야기로 빠졌는데.. 암튼!

지금 구매한 집에는 집보다 큰 창고와 창고보다 더 큰 비닐 하우스 2동이 딸려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비닐 하우스는 관리를 전혀 안 하고 있었다. 이렇게 잡초가 무성하니...


개인적으로 농사라는 걸 지어본 적도 없고, 농사에 관심도 없었던 지라 이대로 놔두다가 나중에 싹 밀어버리고 집이나 더 크게 짓자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땅을 놀리는 건 아니다 싶어서 뭘 좀 심었다.

요렇게 대충 잡초만 제거해주고 열무와 얼갈이 씨를 뿌렸더니.. 잘 자란다.

사진으로는 그냥 샤샤샥~ 2장 넘어간 거지만 실제 위 작업을 위해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했다. 잡초 제거부터가 난관이었는데, 풀 숲에 모기들이 장난 아니게 덤벼들고, 잡초들의 뿌리도 워낙 깊게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순식간에 키운 열무와 얼갈이는 요리의 끝판왕이신 마눌님이 알아서 식재료로 사용해주셨다.


처음으로 농사라는 걸 지어보니 의문점이 많이 들었다. 위 사진에서  보면.. 땅이 바싹 말라있다. 기존에 잡초를 막 뽑아냈을 때는 위 사진처럼 땅이 어느 정도 촉촉한 상태였는데, 잡초를 다 제거하고 나니 아래 사진처럼 땅이 말라버리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농사라는 분야에 대해 공부를 좀 해보니...

이렇게 땅의 영양분을 이용해서 농작물을 한번 키워냈으면 그 땅에  비료를 주고 땅을 갈아엎어서 그 영양분이 다시 땅에 잘 퍼지도록 해서 다음 농작물을 심는 거라고 한다. 


이게 정석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위적인.. 너무나 인위적인 행위였다. 자연이라는 복잡한 생태 시스템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컨트롤해서 원하는 농작물만을 자라게 만든다는 게 올바른 행위인지 의문이 들었다. 


농사에 대해 잘 모르고, 농사를 할 계획도 없었고, 농사에 대한 의지도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농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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