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다
도로에 자주 보이던 '허' '호' '하' 등의 렌터카 번호판이 많이 사라졌다. 바람은 시원해지고, 바다 색은 더 진해졌다.
제주에 와서 첫 계절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여름 휴가차 제주에 왔던 지인들도 모두 저마다 일상으로 돌아갔고, 우리 가족은 제주에 남았다. 마눌님이 왠지 우리도 다시 수원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한다. 사실은 나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신나게 제주에서 놀았으니 이제 다시 생활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하지만 이제 육지에 돌아갈 집이라곤 없으니 천상 제주에서 적응하는 수밖에 :)
관광객이 모두 떠나간 제주는 살짝 한가한 기분이 든다. 곧 다시 가을 관광객이 몰려들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여름 성수기와 가을 성수기 사이의 쉬는 기간이랄까..
제주 오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더니.. 나한테 제주의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이다. 할 일이 너무 많고, 시간은 없다. 또 시간이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당장 원고 마감을 하나해야 하고, 밭에 마늘과 감자도 심어야 하고, 집 수리할 것도 아직 꽤 있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듯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