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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22. 2023

게으른 날의 면죄부

책을 읽는 하루  


주말 내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게으름을 피우는 바람에 집안일도 자잘한 할 일도 모두 밀린 채로 월요일을 맞았다. 빨래도 하다 말고, 청소도 하다 말고, 음식도 하다 말고… 방은 엉망이 되었고 할 일은 산더미 같다. 눈 앞이 캄캄해 지난 주말의 게으른 자신을 자책했지만 그래도 주말 내내 뒹굴 거리며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되어 주었다. 읽고 있는 책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현실세계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 다른 한편에선 뭔가 쓸모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은행에서 내 순서를 기다릴 때 혹은 먼 길을 가는 심심한 시간에 작은 책 한 권은 조용히 수다를 떨어주는 동행이 되어주기도 한다. 밖을 나갈 때, 외투 주머니나 가방 안에 작은 책 한 권을 넣어 다니는 이유는 이 쪽 세계가 잘 안 풀릴 때 저 쪽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수첩과 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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