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어떤 날
태풍이 서울을 비켜가긴 했지만 비가 많이 오던 날 밤이었습니다. 갑자기 우유가 먹고 싶어졌어요. 따뜻한 우유를 먹으면 잠이 잘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원래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금 사는 곳은 골목이 많고 어두워서 밤에 거의 나가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날은 '그러고보니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생겼지'하면서 우유를 사러 나가보았습니다.
동네의 랜드마크였던 슈퍼가 문을 닫은 모습은 왠지 쓸쓸. 마을버스 정류장 이름이 행운마트인데 이제 행운마트가 없는 행운마트 정류장에서 내리게 되겠네요. 가족이 하던 아주 오래돼 보이는 슈퍼였는데- 이년 전 이 곳으로 이사 온 첫 날 슈퍼에서 물건을 사면서 이 동네에 관한 이것저것을 물었던 기억이 있어요.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가게를 정리하고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고 계실지도요.
편의점에서 우유를사고 주변을 좀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0분 정도의 짧은 우유 산책. 산책을 마치고 왜인지 우유는 내팽겨둔채 잠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