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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기 싫은 날

정당하게 딴 짓 하기

by 박공원





일 하기 싫은 날
며칠 동안 나눠서 할 집안일을
미리 하는 것으로 그 날 업무를 대신한다




도무지 책상에 앉기 힘든 날이 있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면서 책상 앞에 한 번 앉아보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럴까' 자책만 하다가 끝나는 날. 그 패배감은 다음날 그다음 날로 이어져손 쓸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그렇게 뼈아픈 경험을 몇 번인가 아니 수없이 되풀이하고서야 몇 가지 요령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는 그날 작업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다.


STEP 1

이유야 어찌 됐건 지금 나는 몸과 마음이 '일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빨리(해지기 전에) 인정한다.


STEP 2

하루쯤은 정당하게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STEP 3

정당한 '다른 일'이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의 경우 일을 하든 안하든 어차피 해야 하는 '집안일'이 죄책감이 들지 않는 딴짓이었다.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덜 쓰는 일들이 효과가 좋았다.


혹시나 죄책감이 든다면 '쾌적한 공간에서 일이 잘 되고, 식사가 준비되어 있으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하는 준비운동이다.' 이렇게 자기암시를 하는 것도 좋다.


일종의 내부수리인 셈이니 집안일도 엄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다 보면 죄책감이 사라진다. 평소엔 귀찮은 집안일이지만 업무시간에 하는 딴짓은 그게 무엇이든 평소에는 귀찮아하던 집안일이라고 해도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한바탕 집이 깨끗해지면 잠깐 책상에 앉아서 오늘 미뤄둔 내 일 할 일을 훑어볼 때도 있다.

그제야 일할 준비가 된 것이다.


오늘의 노동요

정우 - 여섯 번째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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