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습의 단련일기
이번 주말은 이틀 내내 비가 조금씩 계속 와서 공기는 촉촉하게 젖어있고 한낮에도 햇빛 없이 흐립니다. [단련일기]를 발행하는 요즘은 주말에 하루는 글을 쓰는데 이번 주말은 내내 비가 오고 흐리니 차분하고 좋기도 하지만 어쩐지 기운이 나지 않네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주제로 어떤 글을 쓸까 생각을 하다가,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오늘은 편하게 써보기로 합니다.
[단련일기]를 발행하고 감사하게도 답장을 써주시거나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친구의 일기를 보듯 편하게 읽고 있다’라는 말을 몇 번인가 들었습니다. 뉴스레터의 이름이 ‘일기’이기 때문에 봐주시는 분들도 타인의 일기를 보듯 편하게 읽고 계시는구나 싶어 다행이다 싶었어요. 이름을 그렇게 지어놓고도 정작 저 자신은 ‘일기’가 아닌 ‘글’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는데 답장을 읽고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빠지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앞으로는 일기를 쓰듯 편안한 마음으로 [단련일기]를 쓰기로 하고 연습처럼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작년 겨울인데, 일상생활을 하다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달아 하던 시기에 찍은 사진입니다. 정성껏 준비한 간식을 책상 위에 올려놓다가 처참하게 쏟아버리고,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요란하게 깨기도 했습니다. (여간해서 잘 깨지지 않는다는 '코렐' 그릇이었는데 그릇이 마치 북처럼 찢어졌습니다) 이렇게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실패를 마주할 때면 화가 난다기보다는 피식 웃음이 납니다. 하루하루가 무수한 실패의 나날들이라는 생각을 하면 겸허해지기도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더 많은 실패를 하자고 자주 생각하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실패를 두려워하면서 온몸에 힘을 주고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는 합니다. 그럴 때 이런 사진을 보면 웃음이 나고 긴장이 풀립니다.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 골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요, 최근 요가원을 등록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네요. 올해는 정말 꾸준히 운동을 해보고 싶어서, 아니 해야 할 것 같아서 새해 다짐에도 썼는데 참 안 하더라고요. 정수련과 황집중이 화상으로 아침 요가를 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었는데도 꾸준히 불참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고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는 일들이 있는데 저에게 ‘운동’이 그런 일 중 하나라서요. 매번 해야 되는데, 되는데, 하는 것이 지겨워서 목록에서 지웠다가 어느 날 울컥하면서 다시 목록에 등장하는.
요가원을 하도 자주 찾아봐서, 좋은 요가원을 찾는 데는 선수입니다. 그나마 맞는 운동이 요가라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지도에서 요가원을 찾아봅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오고 나서 다니고 싶은 요가원은 진작 찾아두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불면증도 생기고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미루던 요가원을 찾았습니다. 3월이라 그런지 새로 등록한 회원이 저 말고도 몇 있었습니다. 도무지 사람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동작을 하는 다른 회원들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멈춰있는 우리들에게, 하루는 원장님이 그러더라고요.
안되더라도 시도는 해야 돼요, 그래야 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에 만난 지인들에게 요가원에 등록했다고 말하면서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1년 전에도 3개월 이상 다닌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이번엔 꾸준히 하고 싶다”라고 말했더니 “그래도 꾸준히 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네요, 저는 10년 전부터 요가를 (시도)했네요. 하고 싶다는 마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요? (올해는 요가를 6개월 이상 배워보고 싶어요) 실패의 나날들 속에서도 멈추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