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인우 Sep 30. 2022

심쿵이가 찾아왔다.

남편이 우당탕탕쿵탕 하면서 서프라이즈(?)로 끓인 미역국과 예약 취사가 된 밥이 아침을 반갑게 맞아준다. 남편이 몰래 미역국을 준비하였듯이 나도 몰래 테스트기를 가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생리 예정일이 고작 하루 지나갔지만 초등학생부터 한 생리가 예정일보다 전에 한 적은 있어도 한 번도 넘긴 적이 없어 약간의 확신을 가지고 테스트를 해보았다.


한 주 전부터 가슴이 커지고, 가슴을 스치기만 해도 너무 아픈데 생리 전 증후군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 생리 예정일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면 다른 데가 아픈 것일까 봐 걱정하면서...


코로나 걸릴까 늘 노심초사하는 남편을 놀려줄까 하는 마음에.

 "여보, 두 줄 나왔어요~"하고 소리쳐 볼까도 하였으나 그러면 너무나 깜짝 놀랄 것 같아 그만두고, 남편을 불러보았다.


"여보~ 여보~~"

바쁜 평일 아침에 부르는 일이 잘 없기에 깜짝 놀라 달려온 남편에게 테스트기를 내밀었다.

남편은 이게 무엇인가 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결혼한 지 딱 3개월 만에 아기가 찾아왔다.


"심쿵했어요~"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는데 아기를 몹시 갖고 싶었던 모양인지 남편은 정말 놀라고, 정말 기뻐했다.


우리는 나이가 많은 커플이다.

서른여덟과 서른일곱에 만나, 마흔과 서른아홉에 결혼했다.

난임 부부들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기에 난임 병원을 미리 알아보았다.

방학을 하면 산전 검사를 정밀하게 하는 곳에서 할 예정이었는데 아기는 예상치 못하게 빨리 찾아와 주었다.


남편은 태명 후보로 7~8개 정도를 가져온 것 같다.

다른 귀여운 이름들이 많았지만 우리를 심쿵하게 한 심쿵이로 이름을 정했다.

심장이 쿵쿵 잘 뛰어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도 담았다.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우리 엄마는 정말 헌신적인 어머니였는데 나는 그런 삶을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노산에 허리 통증도 있는 몸이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예민한 성격인데 학교 일 하면서 아기를 잘 키워낼 수 있을지도 걱정되었다.

우리의 신혼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컸다.


그러나 임신은 생각보다 힘들고 때때로 불쾌한 것이었다.

입덧이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임신 초기에는 내내 울렁거리고 속이 비면 토할 것 같았고, 조금만 비려도 음식을 먹지 못했다.

아랫배는 묵직하면서도 불쾌하게 당겨왔다. 자궁이 커지는 내내 아랫배가 아팠는데 임신 초기가 아무래도 가장 자주 아팠다.

두통이 있어도 약을 먹지 못했고,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무엇보다도 태반이 만들어지는 12주까지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가!

2022년인데도 임산부는 먹을 수 있는 약이 거의 없다는 것, 파스 한 장도 붙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고등학교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과로 가서 임산부를 위한 약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걸은 길이지만 그럼에도 큰 용기를 가져야만 한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사회는 임산부들에게 그렇게 따뜻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아기를 지키며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물려주고픈 마음으로 조금 더 내 마음에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심쿵아, 반가워~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