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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우 Apr 13. 2021

우리 아이가 부족한가요?

다채로운 색깔의 아이들

“우리 아이가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께서 그리 말씀하시고 끊으시려고 하시기에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이는 부족하지 않아요. **이는 완전해요. 다만 길을 찾고 있는 것뿐이에요. 너무 걱정 마세요. 너무 마음 졸이지도 마세요. **이 점심 걱정도 마시고 잠깐 나가셔서 커피 한 잔 하시거나 친구랑 식사라도 하시면서 기분 전환하세요. 어머니가 행복해지셔야 해요.”


**이 어머니는 내가 전화를 했을 때, 이미 울고 계셨다. 작년부터 전학을 간다고 하더니 전학을 보내준다니까 또 안 간다고 하고, 예체능을 한다고 했다가 인문 계열 과목으로 바꾼다고 하고, 기분이 틀어지면 수업을 안 듣기 일쑤다. 온라인 수업일 때는 접속을 하지 않고, 등교일에도 출석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 갈 때가 되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일어나질 않으니 어떤 어머니가 애간장이 타지 않을까. 아이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만 이상한 것 같다고, 내가 잘못 키웠나 보다고 매번 신세한탄을 하고, 매번 사과를 한다.


고등학교는 50분 수업, 10분 휴식의 7교시로 일과가 이루어져 있다. 중간에 점심시간이 한 시간 있다. 교직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이 살인적인 시간표에 내 몸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0분 동안 아이들은 화장실을 가고, 체육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다음 수업 교실로 이동을 하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공부를 못 하거나 교과에 큰 관심이 없는 아이가 이 일정을 매일 소화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7시 40분 정도에 학교에 와서 이 일정에 맞추어 생활한다. 한국인들은 정말이지 인내심이 강하다.


일부 아이들은 이 생활을 하지 못한다. 우울감이 커서 이 어려운 일정을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아이도 있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학교를 가기 싫은 아이도 있고, 이 생활의 유지를 도와줄 부모가 없는 아이도 있고, 무의미한 삶이 싫어서 학교를 안 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같은 직업군을 가지라고 강요한다. 조선 시대에는 문과에 급제하는 것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법조인이 되거나 의사가 되는 일은 분명 그러한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직업들은 계속 사라지고, 우리가 모르는 직업들이 새로 생길 것이다. 영화관만 가도 그렇다. 우리가 젊을 때는 단성사나 서울극장 앞에서 긴 줄을 서지 않았던가? 지금은 아무도 영화관에서 줄을 서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예매하는 데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의 조언을 들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찾아온다. 스타트업 사장이 되어 있기도 하고, 연예인이 되어 있기도 하다. 어떤 아이는 1년에 몇 억을 버는 미용사라면서 TV에도 나온다. 엄청 유명한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도 있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하는 학교 교육에 이 아이들이 재미를 느꼈을 리가 없다.


지금 청소년들이 방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청소년들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아이들, 아직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규칙과 너무 많은 해야 할 공부와 과제들 속에서 아이들은 방황하고, 부모들은 슬퍼한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학생들이 학기초 상담을 하며 모두 불행하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오면서부터 불행해졌다고.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가...


우리의 교육이 아이들을 부족해 보이게 하고, 불행하게 하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우리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항상 사과를 해야 하는 부모를 만든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아이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교육 과정이 아직 다채롭지 못하고, 획일적이고, 학교가 아직 너무 삭막하고, 꿈을 꾸기에는 너무 잿빛이다.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꿈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다니는 동안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성적과 진로에 연연해하며 불행하지 않으면 좋겠다.


학교가 바뀌어야 하겠지만 학교는 대체로 느리게 바뀌어 가니 학부모님들이 먼저 행복하기를, 또 아이들이 자유롭게 꿈꿀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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