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메리가 어린아이를 돌보아주었던 것 같다.
메리는 사람으로 치면 나이 많은 할머니였는데 정말이지 현명한 개였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가득하고 아이는 없는 남도의 한 마을에, 서울에서 온 꼬맹이는 할머니와 둘이 있어야 했는데 때때로 할머니가 밭일을 가거나 잠깐 자리를 비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집에 메리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린 내가 꼬리를 잡아당기거나 귀를 당기거나 올라타도 늘 내 옆에 조용히 있어 주었던 것은 메리가 모성애가 강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메리랑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어제 이 사진을 보시더니 "아이구, 우주인 좋다고 웃는 거 봐라. 메리가 우주인을 많이 돌봐줬지..." 하셨다. 그랬구나. 메리가 꼬맹이랑 하루 종일 놀아 주었구나.
문득 메리가 아주 많이 많이 보고 싶었다.
나중에 천국에 가면, 메리도 있을까?
메리를 부를 때는 조심해야 한다.
우리 집 개들은 전부 메리이기 때문에 "메리야~"하고 부르면 어미개 새끼개 할 거 없이 뛰쳐오는 데다가 우리 동네 개들이 모두 메리였기 때문에 "메리야"하고 부르면 온 동네 개가 다 짖었던 것 같다. 할매들은 개 이름 짓는 센스가 매우 부족하다. 그리고 개 이름을 뭘로 지어 주든 상관없이 울 동네 모든 할매들이 모든 개를 다 메리로 부른다. 그리고 강아지들은 그 집 어린이가 이름을 뭘로 지어주든지 간에 할매들이 부르는 이름에 반응한다. 아무래도 밥은 할매들이 주기 때문인 듯!
시골집 마지막 메리는 촐랑촐랑 촐랑이인데 성격이 밝고 활달하다. 우리도 촐랑이를 예뻐하지만 촐랑이도 참 많이 우리 가족들을 사랑한다.
촐랑이 메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3일 내내 밥과 물을 먹지 않았다. 몇 년 뒤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3일 내내 밥과 물이 그대로 있었다. 우리 모두가 발인을 마치고 돌아와서 쓰다듬어 주니 그제사 물을 먹었다. 사진 속 촐랑이 메리의 슬픈 표정은 할머니 장례식 마지막 날이라 그렇다.
촐랑이 메리는 3일 내내 울었던 것 같았다. 촐랑이 메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기일에 추도 예배드리러 가면 어떻게 아는 건지 꼭 따라와 무덤을 한 바퀴 돌고는 먼저 집에 간다. 자기만의 추도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냥, 갑자기, 메리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