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지난 울 귀염둥이. 오늘따라 유난히 나한테 와서 안겼다. 아마도 오늘이 귀염둥이를 만나는 마지막 날인 것 같다. 보모 선생님이 이제 아기가 너무 커서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아동은 국내 입양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모두가 정이 많이 들어서 아쉬워했다. 대체로 여기서 제일 큰 아기는 7-8개월이다.
귀염둥이에게 작별인사를 하로 갔더니 "캬하" 하고 크게 웃어주고는 침대를 붙잡고 일어나 나에게 왔다. 내 손 위에 그 작은 두 손을 얹고는, "엄마" 그랬다.
입양 가는 거면 헤어져도 더 기뻤을 텐데..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웃으며 쓰다듬어 주었다. 마음 한 켠이 아리다.
우리 아기, 어디서든 늘 그렇게 밝게 웃으며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크기를!!
엄마들이 너로 인해 행복했던 것을 사회도 알아주면 좋으련만.. 이 예쁜 미소를 한 번 봐주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나는 이런 해맑은 미소는 본 적이 없는데 너는 너무도 예쁜데...
2011년 영아일시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쓴 일기입니다. 영아일시보호소에서는 입양 가기 전까지 아기들을 보호합니다. 아기들은 많고 일손이 부족하니 숙련된 봉사자가 많이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 봉사자는 받지 않고 기관 봉사자를 받았습니다. 마침 제가 다니던 교회가 봉사를 하는 기관이라 1년 동안 아기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세 시간을 했는데 아기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지요. 그러나 가장 보람된 일이라는 것도요.
어떤 아기들은 입양 전에 이 시설 말고 위탁가정으로 갑니다. 그곳에 가는 아기들은 훨씬 돌봄을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위탁가정은 지정 병원과 일정 거리 내에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할 수 있기도 하고 위탁가정에 가는 아기들은 아기 하나만 오롯이 돌봄을 받으니 보호소에 있는 아기보다는 아무래도 살뜰한 보호를 받지요. 일주일에 한 번 보아도 아기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알고, 이렇게 귀여운데 위탁 가정에서는 아기들을 입양 보낼 때 더 애틋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호소에 있는 아기들은 영양, 건강 관리 등 세심한 보호를 받지만 보모 한 명당 보아야 하는 아기들이 많다 보니 가정에서 만큼 많이 안아주거나 하지는 못하지요. 늘 같은 시간에 분유를 먹어야 하고 안겨서 먹는 것이 아니라 수건에 의존하여 먹습니다. 그것이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봉사자들이 한 두 명을 안아 먹이지만 누워 있는 아기들이 더 많았습니다.
보호소에 있다 보면 가끔 입양을 간 아기들이 어린이가 되어서 양부모님과 함께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본 부모님은 대체로 외국인 부모님들이었는데 부모님은 아이에게 여기에서 널 만났고, 우린 너무 행운이고 뭐 그런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복잡한 표정을 짓다가 갈 때에는 해맑게 웃으며 부모님이나 오빠의 손을 잡고 갔습니다.
연일 슬픈 소식들을 접합니다. 아기들이 좋은 가정으로 입양되기를 아기들의 기저귀를 갈며, 분유를 먹이며, 트림을 시키며 간절히 기도했었습니다. 예쁜 아기들이 다음 봉사 날에 없고 침대가 비워지면 인사를 못했네 했다가도 입양을 간 것에 기뻐하며 또 감사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입양을 가면 아기들이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것이라고, 보육 시설에 가는 것보다 더 좋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습니다.
너무 아프게 하늘나라에 간 아기를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기를 지켜주지 못한 우리의 느슨한 정책을 탓하고, 그러한 정책을 만들지 못한 우리 자신을 탓합니다. 부디 다시는 이런 일들이 없기를... 그러나 이런 일들로 인해 입양이 줄어들지 않기를 기도해 봅니다. 아직도 많은 아기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시설에서는 아기들을 안아주기가 어렵습니다. 아기들이 보호자에게 많이 안기고 많이 사랑 받으며 자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입양, 보육, 임신 중단, 복지 등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들은 다른 글에서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큰 아픔 속에 너무 일찍 천국에 간 아기들이 부디 하늘에서는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동학대 예방 및 처벌에 대한 세심한 입안과 정책, 아동의 안전과 보호에 대한 예산 확보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입양 과정과 입양 이후의 아동에 대한 보살핌이 더 세밀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법이 집으로 들어와 아동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입양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보육 시설에 다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모든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자라야 합니다. 우리 모든 어른의 책무이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여 아동을 지켜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