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럼 대신 키보드 Oct 22. 2023

낯이 두꺼워야 하는구나

직장 내에서의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

몇몇 개의 단기 알바를 거치다가 나는 결국 한 직장에 입사를 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일이었냐고?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먹고사는 일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 다른 업무로 입사를 했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도착한 뒤 수많은 건물의 사람들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건 전쟁이었다. 요즘 새로운 건물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와는 다르게 회사의 엘리베이터는 내려오고 올라가고의 속도가 굼벵이 마냥 무척이나 느렸다. 그래서 평소보다 좀 느리게 회사 건물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거나 하는 순간. 지각을 할까 봐 무척이나 조마조마했다. 


이 직장 또한 다녀보니 독특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일단 생각보다 기본적인 인사조차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이를 불문하고 말이다. 예로 들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면 인사를 받아 어쩔 줄 몰라 버버벅 렉 걸린 로봇 마냥 그러는 사람도 있고, 보통 상대방이 단순 목례가 아닌 "안녕하세요~"라고 했었으면 본인도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서 인사를 받는 게 보통인데, 본인은 말없이 목례로만 받는 경우면 그나마 양반이었다. 물론 이것도 단순 목례가 아닌 밝게 인사한 사람의 입장에선 뭔가 기분이 묘하다. 그리고 가장 최악은 뭐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인사를 해도 받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가는 또 자기 위에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평상시에 하는 늘 젠틀하게 한 거 마냥 인사를 받는 척하는 게 웃겼다.


그리고 그 회사에는 20대 중후반에 입사하여 이직하지 않고 장기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겉으로는 공적인 관계를 잘 지키는 프로들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들 친하고 쉬는 날에 어디 같이 놀러 다닐 정도로 혹은 연인이 있는데도 직장에서 너무 친해서 남들 보기에는 둘이 사귀는 건 아니냐 할 정도로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적당한 거리감을 모르고 있던 직장에 갓 입사했던 병아리들은 시간이 흘러 그들만의 다툼과 실망으로 같은 장소에 출근해서 현재는 얼굴을 봐도 쌩까고 지나가는 관계다. 


또한 늘 다수의 사람들이 말하는 "미친놈" 한 명은 꼭 직장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직장 내에서 동료와 잦은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실제로 주먹질까지 가서 그중 한 명을 퇴사하게 만든 중국인 직원이 한 명 있었다. 싸움을 하기에는 부러질 거 같은 얇은 팔다리에 얼굴의 표정은 간식을 안 줘서 성질이 난 불도그처럼 생겼었다.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고 나서도 직장에 다니는 건지 신기했지만, 다행이다 크게 엮일일이나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한 명의 "미친놈"은 나와 일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 김○○ 팀장이었다. 이 사람의 직장 내의 미친놈 포지션은 누군가의 이상한 소문을 주로 만들고 퍼트리고 사람들 사이에 이간질을 시키기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싫어했는데 그래도 기죽지 않고 낯짝이 두꺼운 게 대단했다. 이 사람은 결국 다른 미친놈 짓으로 인해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회사 내에서 누군가가 자기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사람의 프로그램을 훔치려고 모든 사람이 퇴근한 후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 한 명을 끌어들여 프로그램 만든 사람의 본체에 있는 하드디스크를 빼서 작업을 몰래 하다가 그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 회사 근처에서 치킨을 먹다가 잠깐 할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회사로 돌아왔다가 발각되고 말았다. 그 일이 터지고 나서 김○○ 팀장은 미친놈답게 회사의 이사님이 시킨 일이다.라고 거짓말을 쳤다가, 이사님 또한 그 소리를 듣고 매우 황당하여 삼자대면을 하니 그제야 거짓말인 게 드러났고 그는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었다. 회사 사람들은 다 이 사건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다들 모른 체하고 있었는데 그는 퇴사하는 마지막날 마저 자기 팀원들에게 본인의 미친놈짓 때문이 아닌 회사와의 뜻이 맞지 않아 이직을 하는 거처럼 연기를 하며 나갔다. 이직한 이후에 한번 이 회사에 점심때 놀러 와서 자기랑 친했던 사람들에게 커피를 사주러 왔었는데, 내 스타일상 그런 사람은 인간 취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카페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역시 나이 사건에도 느꼈던 건, 연예인에게도 바른 도덕성을 강요하는 사회지만 자기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그 사람이 그런 안 좋은 짓을 했던 크게 상관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마냥 좋다고 커피 얻어먹으러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스웠다.


그 외에 다른 여러 가지 일들도 있지만 생각나는 일들을 다시 떠올려보니 낯짝이 두꺼운 사람들이 직장을 오래 잘 다니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밝은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