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아 Mar 23. 2022

태민이가 존재하는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할 거야

샤이니 그 태민 맞아요


'내가 아직 사랑을 믿는구나'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태민이를 보는 때가 아닐까. 사랑의 감정은 사람의 체온을 0.8도 정도 높인다고 한다. 칼바람 부는 매서운 겨울, 무언가를 사랑하는 힘은 추위를 조금 더 순조롭게 견딜 수 있게 만든다는 거다. 인생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내 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아이돌, 그것도 14년 차 그룹 ‘샤이니’였다. 샤이니를 보면 광대가 조금 올라가고 몸이 조금 더워지는 거 같다. 이게 바로 사랑의 효과?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는 네 명 중에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아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태민이었다.


태민이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우연히 솔로 정규 3집 <이데아> 무대를 봤을 때만 하더라도 나는 ‘허허 이 친구 보게, 참 잘하네’ 정도의 감정을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나를 ‘태민 감옥’에 가둔 건 다름 아닌 알고리즘. 유튜브는 ‘이거 봐. 태민이가 무대 밑에서는 또 굉장히 귀엽다?’라며 나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정확히 3개월 뒤, 세 번째 미니앨범으로 돌아온 태민의 <Advice> 무대를 보며 '이러다가 집에 있는 물건을 몽땅 부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은 격한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유튜브야 왜 그랬니, 아니 유튜브야 고마워.


태민이는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본업 존잘러’다. 거기다 SM엔터테인먼트 남자 아이돌 최초로 솔로 앨범을 냈다. 왜 조금 더 빨리 입덕하지 못했는지 슬프고, 좌절스럽고, 안타깝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원래 사랑은 갑자기 찾아오는 법이라구. 물론 나는 태민이를 아들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찌 됐든 사랑은 사랑이니까!


처음엔 다들 그렇듯 나도 ‘입덕부정기’라는 걸 겪었다. 아이돌 덕질은 자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다. 내 새끼들로 날 유혹하며 어떻게든 지갑을 열게 만들려는 엔터테인먼트의 노골적인 상행위를 마주할 때마다 현타가 오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치고 내 지갑은 비교적 쉽게 열리는 편이다.) 그래서 초반엔 ‘유튜브만 보자’ 고 다짐했지만, 그 마음은 얼마 못 가 무너져서 나는 브이앱을 다운받았고, Bubble이라는 메시지 서비스도 구독하게 되었다. 


사랑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킨다고 했다. 덕질에 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헐 미친 개예쁘다’ 싶으면, 사는 거다. 게다가 태민이가 군대에 간 이후 샤이니 멤버 키가 솔로 앨범을 A, B, C 버전에 테이프 버전까지 기깔나게 뽑아줘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나의 입덕부정기는 얼마 못 가 처참히 부서졌다고 할 수 있다.


샤이니 덕질은 나를 조금 바꾸어 놓았다. 머글 친구들에게는 샤이니에 대한 나의 애정을 조금 자제해서 드러내려고 노력 중이지만, 샤이니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붉어지고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는 이 오타쿠력은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정한 친구들은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라며 나를 다독이곤 한다. 


또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일곱 살 어린 동생에게 ‘문찐’이라며 놀림당했던 나는 이제 동생과 30분 정도는 케이팝 아이돌 산업에 관해 논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의 따스함을 누리고 동생과 격조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 준 이 영광을, 군복무중인 이태민 군에게 돌린다. 태민아 부디 건강만 해다오. 네가 샤이니로 돌아올 때까지 지갑 잘 지키고 있을게.

작가의 이전글 마침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