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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Mar 24. 2022

손에 쥔 모래알 같아서

나의 노력은 마치 손에 쥔 모래알 같아서 열심히 잡으려고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취업준비 기간 도합 3년. 아, 이제 4년째.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했다. 중간에라도 작은 성취가 있어줬으면 그래도 이만큼 힘들진 않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그런 게 없었다. 터널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나는 꿈꾸면 안 되는 사람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난해 말 상담을 받은 건 잘한 일이었다. 그 뒤부터 새로운 일에 도전할 에너지를 얻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바닷물에 다 쓸려간 줄로만 알았던 그 모래알들이 오늘 내게 작은 성취의 기쁨을 안겨줬다.

그동안 작법 수업에서 구상해오던 드라마 기획안이 좋은 평가를 받아 제작사 검토를 받게 되었고, 다음 주에 계약과 함께 첫 회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계약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 다음 주까지 수정해올 부분과 대략적인 내용들을 듣고 나서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면서 눈물이 터졌다. 끅끅거리며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 봐, 열심히 하니까 되잖아. 아빠의 그 말이 얼마나 좋던지.


성취가 없어도 괜찮다고,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니까 그 자체로 잘한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왔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눈물이 지난날의 설움을, 위태로웠던 나의 날들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거절에 익숙해져 있던 나, 그동안 힘들었었다고. 나만이 아는 그 시간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할 것 같다. 중간에 엎어지는 작품들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이제부터 나만 잘하면 된다. 무섭고 두렵지만, 오늘은 딱 오늘 주어진 만큼만 기뻐하고 싶다. 우리도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도 우리가 필요한 것 같다던 한마디가 내게 엄청난 힘이 된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누군가는 나를 필요로 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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