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생각하면, 너를 만나면 나는 늘 첫 마음으로 돌아가.
그건 아마도 네가 여러 번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너의 글을 읽을 때, 네가 또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고, 그 마음을 한 자 한 자 글로 옮긴 것을 읽을 때 나도 다시 처음 마음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어.
그리고 생각해. 지금의 네가 되기까지, 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너의 마음은 얼마나 수없이 처음으로 돌아갔을까." -은강의 편지- 22.04.12
친구가 준 편지를 읽다가 울었다. 내가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비틀거리고 있을 때조차도, 친구들은 나를 믿어줬구나 싶어서. 친구들은 항상 나를 알아줬다. 내가 가고 있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의미 있다는 걸, 그리고 너무 소중하다는 걸.
각자의 고된 하루가 끝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희동 아지트에 모였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며 울고 웃었다. 실패에 함께 울고 기쁨에 함께 행복해했다. "내 일인데 네가 왜 더 난리냐"는 말을 장난스럽게 건네지만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사이. 우리는 분명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다.
내 옆에 네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할 만큼 마음이 퍽퍽해졌을 무렵, 친구들은 나를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표정만 봐도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 만한 아이들이, 끝까지 모른 체 해주었다. 그리고 비로소 용기가 생겼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안아줬다. 민망하지 않게, 그리고 누구보다 따뜻하게. 나였다면 친구들처럼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자신이 없는데, 그들은 그걸 해주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의 관계가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얘기했다. 우리가 더 이상 이렇게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삶이 팍팍해져서 여유가 생기지 않으면 어떡하지? 누군가가 너무 미워지면 어떡하지? 그 순간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그래. 우리는 그러기로 했다. 지지고 볶고 싸워도, 누군가가 너무 재수 없어져도, 어디론가 숨고 싶어져도, 우리는 서로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그곳이 어디든 서로를 끝까지 찾아내자고. 나는 나를 못 믿지만 친구들은 믿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안에 함께 한 그 추억과 시간들은 분명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들이 나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나도 그들을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