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감정이 절반, 무서운 감정이 절반 생겼다. 상담을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2년 만난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이었다. 선생님이 마지막 상담의 소감을 물어왔다. 나는 내가 유별나고 너무 나약해서 이렇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90%의 내담자들이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특별히 정이 많아서, 유난히 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나는 조금 이해가 되면서도 왜인지 의심스러웠다. 나는 오래도록 내가 물러 터진 홍시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홍시들은 보통 감나무에서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져 거리에 너저분하게 터져버린다. 버티지 못하고 나무에서 떨어진 홍시가 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게 나의 단단함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말해주었다. 정말 그런가,
때마다 들려주고 싶은 소식이 있으면 상담센터에 전화하라는 말로 상담이 마무리됐다. 상담 후기를 써주어 고맙다는 말도 해주셨다. "정말 글 잘 쓰대요" 하던 그 말이 너무 좋아 일기장에 기록해뒀다.
상담 후에는 각기 다른 친구와 점심 약속도 있었고 저녁 약속도 있었다. 그래서 정신없이 바쁘게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친구들을 만날 때는 기뻤지만 조금 아프기도 했다. 원치 않는 이야기를 하게 되어 마음이 착잡한 순간도 있었다. 요즘은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이런 감정을 느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눈물이 났다. 이제 선생님처럼 나에게 말씀해 주실 분이 있을까, 만약에 또 좌절하면 어떡하지, 불과 몇 달 전의 나처럼 또 우울해지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상담을 받으며 나에게 일어났던 유의미한 변화들을 잘 곱씹어봐야지. 딱딱한 감나무에 매달려있으려고 노력하기보다 홍시 되길 기다리는 말랑말랑한 감들 사이에서,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갈 거다. 그게 두 달간 상담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