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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May 03. 2020

드라마 예찬론

아날로그적 인간

어디서 그런 글을 봤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표적인 '아날로그적 인간'이라고. 앉은자리에서 뚝딱 결말을 기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들이고 품을 들여서 기어코 완결을 몸으로 직접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단다. 자칭 타칭 드라마 킬러로서 이렇게나 멋진 해석에 괜히 멋쩍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기분은 좋다. 나는 드라마가 참 좋다.


드라마 덕후들이 드라마에 빠지면 꼭 챙겨보는 게 있다. 바로 메이킹 영상. 메이킹은 현장 분위기와 배우들 간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저마다 두꺼운 까만 패딩을 걸치고 손에 대본집을 쥔 채 대사를 맞춰보는 배우들, 헤드폰을 목에 걸치고 이들의 대사를 진지하게 듣는 감독, 대사 맞추는 배우들의 머리를 만지는 스타일리스트들,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 카메라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들의 노고와 분주함이 메이킹 영상에서는 그대로 나타난다.


그렇게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한 편 보고 나면,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샘솟는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출과 대본이 나를 그렇게 만든다. 작가는 약 20회나 되는 긴 서사에 살을 붙이고 감독과 스태프들은 그 이야기를 현실화한다. 배우들은 손동작, 표정, 몸짓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연습한다. 한 편의 이야기를 위해 그렇게나 열심이다. 가끔 보면 '저 씬을 찍으려고 저기까지 갔나' 싶을 만큼 노력형 드라마들이 있다. 참 사람들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디테일에 목숨걸며 산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생은 처음이라>나 <봄밤>처럼 우리가 흔하다 여기는 사랑이 이야기가 되고, <응답하라>시리즈나 <미생>처럼 평범한 가족, 직장인의 일상이 또 하나의 애틋한 서사가 된다. 어떤 드라마든 결론은 하나다. '우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는 것. 누군가는 드라마가 잔뜩 미화된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명제 하나만큼은 모두 동의하리라 믿는다.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드라마는 어떤 서사에서든 그걸 그린다.


<청춘시대 1,2>, <뷰티 인사이드>, <멜로가 체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동백꽃필 무렵>, <봄밤>,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을 지나 요즘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푹 빠져 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드라마는 참 한결같다. 존재 그 자체로 참 위로가 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콘텐츠가 되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된다는 게 나에게는 참 행복이다.


드라마의 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앞으로 나올 수많은 드라마들을 계속 볼 작정이다. 내가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 한, 드라마 예찬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재밌는 드라마를 많이많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언제나 희망이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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