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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Sep 22. 2020

걸음

혼자만의 고요함과 고독을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거였다. 그걸 몰랐다. 그 시간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찾은 유일한 탈출구는 산책이었다. 나를 위해 오롯이 숨 쉴 수 있는 순간은 걸을 때뿐이었다. 어디에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피로하게 만들 때쯤 나는 밖으로 나가 정처 없이 걷는다. 오늘은 이 길로, 내일은 저 길로. 다리가 아려올 만큼 걷고 나면 머릿속에 있던 어지러운 생각들이 모두 정리된다. 


걷는 행위에는 어떤 기회비용도 들지 않았다. 큰 결심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 겸사겸사 재활운동도 된다. 좋은 점뿐이다. 나는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꿈을 꾸고 상상하고 미래를 그려보고 혼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그 시간이 참 좋다. 계속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게 부지런하거나 비상식적으로 돈이 많이야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의지로 해볼 수 있는 건 전자다. 내 인생길에 부지런한 자세로 임해보려 한다. 이것도 걸으면서 얻어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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