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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아 Nov 25. 2020

글 쓰는 두 엄마

책을 낸 뒤 다양한 평가를 들었지만 며칠 전 들었던 평가만큼 나를 낙담케 한 말은 없었다. 수백만 가지의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어쩜 날카로운 말 딱 하나가 그렇게 콕 박힐까. 쫌생이처럼 포옥 사그라든 나는 잠시 내 책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신은 내게 글 쓰는 두 명의 엄마를 보내주셨고 곧 위로했다. 며칠전 그 이야기를 싹 잊게 되었다. 평생토록 기도문을 써 온 나의 엄마와 줄곧 일기처럼 에세이를 써 온 나의 절친 엄마 덕분이다.

1. 엄마의 꿈은 소설가였다고 했다. 초등생 시절 공책 한 귀퉁이에 열심히 소설을 적어 선생님께 보여드렸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선생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고 했다. 소극적인 몽상가였던 엄마는 '소질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금세 마음을 접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 글에 대한 열망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책을 집에 가져갔을 때가 되어서야, 엄마는 그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엄마가 쓴 기도문으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엄마의 눈이 반짝 빛났다. 혹여 아빠에게 누가 될까 겁이 난다며 아빠의 은퇴 이후로 출판일을 잡아달라며 웃는 엄마에게, 엄마 괜찮아 엄마는 아빠에게 절대 누가 되지 않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글을 쓰고 싶고 책을 만들고 싶다는 엄마의 여리고 소중한 마음을 알기에, 난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 도망칠 곳이 필요했다. 단번에 친구 집이 떠올랐다. 일 년에 한 번 뵐까 말까 한 친구 부모님이지만 이상하게 볼 때마다 편한 분들. 먹고 자고 쉬며 사흘간 사랑을 듬뿍 받아 챙겼다. 그날 저녁식사 대화 주제는 나의 책이었다. 투잡, 아니 쓰리잡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친구 어머니는 내게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셨다. 책 한 번 만들어보세요. 책 만드는 거 어렵지 않아요. 라고 말씀드리자 밥을 드시다 말고 당신의 글이 담긴 공책을 찾으러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로서의 자아가 담겨 있는 소중한 글이었다.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몰래 눈물을 삼켰다. "글만 쓰시면 나머지는 다 제가 해드릴게요" 내 입에선 이런 말이 나왔고 어머니는 활짝 웃으며 좋아하셨다. 빈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내 책이 두 여성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었다. 글 쓰는 두 엄마에게 희망이 된 것만으로도 꿈을 이루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쓰게 만든 것으로 족하다. 나는 내 세계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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