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이 시즌만큼 평소에도 당신을 생각했더라면 참 좋았겠죠. 매년 같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예년과 다르지만, 전 늘 이 날을 교회와 집에서 차분하게 보냈기 때문에 큰 차이점을 못 느끼겠어요. 여전히 여전히,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보다, 어쩌면 나의 생일이나 중요한 기념일보다도 저는 이날을 기다려요. 온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가던 길을 멈추고 구세군 종소리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며 선물도 주고받는 사람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 당신은 우리에게 기쁨이에요.
이날은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날이죠. 이렇게나 힘든 세상에, 단 하루라도 당신의 존재로 기뻐할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하지만 이 날도 제게는 잠깐이고 순간이겠죠. 크리스마스는 너무 짧아요. 당신은 이 세상 곳곳에 있는 아픈 이들과 함께이고 싶으실 텐데, 저는 금세 내가 먹고사는 문제에 골몰하죠. 죄송해요.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이날을 주신 게 아닐 텐데요. 남일보다 내 일에만 집중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어요 저는.
그래서 오늘이 제게 더 특별해요. 이렇게 일 년을 되돌아보거든요. 그리곤 매년 같은 다짐을 하죠.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하는 날이에요.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당신의 가르침을 따라서 살고 싶어요. 외로울 거고 밑지는 게 많을 테고 억울한 게 많겠죠? 당신의 삶이 그랬듯이요. 365일 중에 364일을 당신과 무관하게 살아가지만, 딱 하루만큼은 당신을 닮고 싶어요. 그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늘 감사한 게 많아요. 다 열거하기 힘들지만, 오늘은 특별히 사랑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이 날을 택하셨다는 걸로 감사할래요.
생일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