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안녕.
메워지지 않을 것 같이 뻥뻥 뚫려있던 수술 자국에 새살이 채워진다. 요 며칠 간질간질하더니 벌써 딱지가 앉았다. 이제는 하얀 새살이 보인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든거 밖에 없는데, 알아서 나았다.
상처는 결국 메워지나 보다. 똑 죽을 것 같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대판 싸웠던 사람의 얼굴도 언젠간 짠해진다. 말 한마디 상처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이 사람 없이는 안 되겠단 마음도 사실은 무뎌진다.
내 삶에 새살이 돋는다. 뭐 그렇게 금방 일어나는지. 오뚝이같이 나는 자꾸 일어난다. 너무 행복해서 불안하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괜찮아서 무섭다. 너무 다 나아서 두렵다. 알고 보니 진짜 강했던 건지 아니면 아직 멋몰라서 나대는 건지, 사실 뭐래도 다 괜찮다.
여기저기서 2020년이 어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순간순간 안 빡셌던 적이 없다. 특히 하반기에는 화도 많이 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런데 멋들어지게 어른처럼 그날들을 설명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기억이 안 난다. 얼마큼 아팠는지 왜 속상했는지 잘 떠올려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재밌었던 한 해라고 말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톡 쏘아붙인 한 마디 때문에 총알을 맞았던 날.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엉엉 울었던 적이 있다. 진짜 30분 동안 대성통곡을 하며 쏟아냈는데, 뜬금없이 날 울게 한 그 사람에게 갑자기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팅팅 불은 눈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찌질하게 감정도 못 숨겼고 포장도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은 죽어도 해야겠고 듣고 싶은 말도 꼭 들어야겠는 나는, 이래서 후회를 안 하나보다.
아프면 아프다고 징징댈 줄 아는 놈은 금방 살아난다. 주위를 봐도 그렇다. 혼자 안고 있으면 이도 저도 안 된다. 꺼내놓고 한참 아파야 금방 새살도 돋는다. 울고 싶을 때 울고 화내고 싶을 때 화내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을 때 말해야 된다. 난 그래야 된다고 본다.
그러니 2021년에도 같이 울고 함께 아파하자. 모여서 욕도 하고 삿대질도 좀 하면서. 그렇게 또 돋아날 새살을 기다리자. 혼자 하면 힘든데 같이 하면 금방 괜찮아진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는데, 그거 좀 나도 괜찮다고 본다. 감정에 솔직한게 장땡이다. 그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