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 그게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어쨌든 있다. 요즘 즐겨보는 <유미의 세포들> 표현을 빌려,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덕분에 내 작가 세포가 신데렐라 묘약을 마셨다'라고.
신데렐라 묘약을 마셔서 12시까지 미친듯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유미의 작가 세포. 신데렐라 묘약은 극중 '바비'가 유미의 글솜씨를 칭찬하면서부터 얻게된 선물이다.
글을 ‘잘’ 썼다. ‘well’이 아니라 ‘often’이다. 초등학생 때는 소설을 썼고 중학생 때는 일기를 썼고 고등학생 때는 시를 썼다. 용돈을 받으면 매일 문방구에 들러 하염없이 공책을 구경했다. 이건 일기용으로, 이건 글짓기용으로, 이건 시 쓰기 노트로. 끝까지 채우지도 못할 공책을 여러 권 사서 집에 오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여전히 지금도 그렇다.
글이 쓰기 싫어질 때가 있고 요즘 자주 그랬다. 마음에 공허함이 밀려올 때. 마땅히 나의 마음을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나 자신에게조차 해줄 말이 없을 때가 그렇다. 가물어서 쩍쩍 갈라진 땅처럼 마음이 딱 그렇게 되면 글을 잃었다. 그러다가도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마음에 단어들이 스며들었다. ‘아, 너무 글자를 만들고 싶다’ 딱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오고 싶어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난 수려한 문장을 만들어낼 창조력은 없지만 자주 쓸 수 있는 지구력은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글 잘 읽었어”라는 한 마디만 하면 바로 눈을 반짝이는 체력도 있다. 최근에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고 내 글을 통해 날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작가 세포가 신나서 춤을 추었다.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을 표현하면서 산다. 노랫말을 지어 부르기도 하고 무언가를 찍기도 하고 뭔가를 사면서 의미를 찾기도 한다. 나에게 나를 표현하는 방식은 글을 짓는 것이다.
“그럼 당연하지. 글은 계속 쓸 거야.”
그런 대답을 하는 순간. 순전한 기쁨이 찾아왔다. '성취감'이라는 선물은 타인이 아닌 온전한 나의 몫이라는 걸 알게 되어 그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