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쥬쥬 Jun 18. 2019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기생충'에서, 그리고 현실에서의 계획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을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자 박수를 칠 뻔했다. 영화평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전 국민이 평론가가 되어간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고 나서는 나 역시 상 받은 작품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사람일까 두려워 그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참으로 여운이 긴- 영화였다. 개봉 후 줄줄이 나오는 기사들과 각종 해석들 덕분인지 몇 날 며칠이고 이 영화를 생각하게되었다. 나조차도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각종 비유의 요소들이 나는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이 영화를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 몇 개의 키워드를 곱씹어 보며 영화, 그리고 그 뜻을 상상해 보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그중에서도 내 머릿속에 가장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은 '계획'. 아주 대표적인 대사이기도 하다. 사기를 계획하는 아들을 보면서도 이를 뿌듯해하는 송강호가 말하는 장면이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 '기생충'에서 계획의 의미


많은 사람들이 한없이 무계획적인 가장의 모습을 보며, 치열하고 잔인한 이 사회에서 무기력하게 그리고 무계획적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던 이 상황만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그 조차도 지하실의 남자에게 한심하다는 듯 물었었다. "너,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있는 거냐?" 


답은 없었지만, 계획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결국 계획이 없는 두 남자의 결말은 그렇게 하나의 장소, 하나의 삶으로 귀결되고 만다. 영화 내에서 반대로 철저하게 계획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그려내지는 않았지만, 감히 유추하건대 대저택의 사람들은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계획'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큰 계획'을 그리는 아들은 의도가 어찌 되었던, 그에게는 한없이 자랑스러운 존재인 것이다.


아들은 다시 한번 '큰 계획'을 그린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계획을 통해 희망을 엿보았다. 무계획적으로 살 때는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 않던, 어쩌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하던 그 상황을 아들은 비로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계획'이란 이런 것이다.




현실에서의 계획이란


'계획'이 무조건 좋은 것인 줄 알았던 나는 요즘 조금 혼란스럽다. 새로 학년이 시작할 때면 신학기 계획을, 방학에는 방학 계획, 입시 계획, 취업 계획.... 계획은 늘 하나의 숙제였고,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었다. 계획을 잘 짜고, 그 계획대로 살면 그것이 정답이었다. 


그렇게 정해진 계획을 따라 걷다 보니, 나의 인생은 그 계획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마치 인생의 목표는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고 똑바로 걷는 것, 그 뿐. 그래서 어쩌면 내 미래는 이미 예측 가능하게 되어버렸다. 계획대로 사는 것은 어쩌면 불확실성을 극복해내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것들을 그저 제거해 쳐내버리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JUST DO IT, 성공한 사람들은 그냥 해보라고 말한다. 실패해도 좋으니 우선 해보기나 하라고 한다. 그러나 계획대로 사는 것이 익숙한 나는 앉아서 계획부터 짠다. 계획을 짜면서 이미 장밋빛 미래와 피나는 좌절을 겪어버리고 만다. 그러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그저 계획서 한 장 뿐이다.


무기력이 동반된 '기생충'의 무계획과는 다른 의미이지만, 나는 '계획'이라는 키워드를 보며 현실에서의 계획과 무계획의 균형에 대해서 생각한다. 과연 계획적인 삶은 얼마나 예기치 못한 일에 대응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정답 같은 삶은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그녀(H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