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것 없는 횡단보도 건너는 이야기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멈춰주는 운전자 하나 없이 모두가 규정속도, 혹은 그 이상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몇십 초나 몇 분 동안도 길을 못 건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해외의 많은 국가들은 보행자 우선의 원칙을 정말 잘 지킨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여행했을 때는 '여기 일본 맞아?'라고 느낄 정도로 교통수칙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한국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요즘은 횡단보도가 없는 길을 건널 때에도 초조하지 않다. 차들은 횡단보도 앞에 사람이 건너려는 모션 없이 그냥 서있기만 하더라도 일단 모두가 멈춰준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잘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코너를 회전하는 차가 있을 경우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몇 년 전까지는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도 그 사람을 치지만 않으면 회전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사람이 건너고 있을 때에는 회전 후 주행을 하면 안 된다. 불과 몇 년이지만 이미 그렇게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받은 채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에 익숙해졌던지라 아직은 예전의 한국처럼 회전하는 차들에 잘 적응을 못하고 있다.
바뀌기 이전의 한국에서는 정정당당히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더라도 회전하는 차량이 빨리 가라며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정말 몇 안 되는 일이기는 했지만 그런 차들 때문에 회전하려는 차가 있으면 괜히 빨리 가줘야 할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이 생겼었다.
그런 심리적 압박감이 다시금 생기고 있다. 내가 치일 만한 범위를 벗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 뒤를 쌩 지나가는 차들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럼에도 정말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교통 수칙을 잘 준수하고, 운전자 대 운전자로 만나면 서로 양보가 일상이라 사고도 많지 않고 길가에 경적소리가 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횡단보도를 끼고 회전을 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그리 하는 것이 교통 수칙이니 잘 지키고 있는 것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