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핸드폰 번호 살리기 대작전(3)
여기서 이미 개통된 알뜰폰 개통 철회도 못한 채 내 한국 번호가 사라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만이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되어 남편 회사 동료들과 다시 만나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먹는 게 먹는 게 아니고, 얘기하는 게 내가 얘기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이 핸드폰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이 달려있었다. 필요가 없었다면 그냥 바로 잊어버리고 말 텐데,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의 과업이라고 할 수 있는 '내 집 마련'이 달려있었기 때문에 한국 번호는 어떻게든 살려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 이런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버린 사실이 눈앞을 캄캄하게만 만들었다.
센다이에 도착한 첫날밤, 편하지 못하게 잠에 들었다.
우리나라보다도 동쪽에 위치해서 사실은 우리나와 시차도 있어야 정상인 나라, 일본.
일출도 그만큼 일렀다. 새벽 4시면 동이 트기 시작해 4시 30분이면 이미 밝은 아침이었다.
암막 커튼의 벌어진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4시 30분 언저리였다. 내일이 온 것이었다. 아침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그날은 대통령 선거일이었기에 한국은 공휴일이었고, 그 말은 그 어떠한 고객센터와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바로 그날부터 일본 지사로 출근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그 좁아터진 일본 호텔에서 하루 종일 눈만 꿈뻑이고 있어야만 했다.
그날뿐만이 아니라 나는 앞으로 일본에 있는 동안 매일을 그저 그렇게만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눈만 꿈뻑이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뭐라도 재밋거리라도 찾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한국에서 살던 동네는 오전 11시쯤엔 조용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있고, 직장인들은 직장에 있을 시간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잠깐 묵었던 호텔이 역 근처에 있어서 달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 11시 치고는 사람이 정말 많이 북적거렸다.
나는 그 길로 역 안에 있는, 유명하다는 빵집으로 향했다. 점심시간 전인데도 벌써부터 가게 앞에 줄 선 손님들이 있었다. 나도 그 뒤에 줄을 서 입장을 기다렸다.
센다이의 명물 중 하나는 '즌다'라는 음식으로, 완두콩을 갈아 앙금으로 만든 음식이었는데 그 빵집에서는 즌다가 든 메론빵을 팔고 있었다. 즌다 메론빵을 포함해 빵 몇 가지를 골라 담고 계산한 뒤 다시 호텔로 갔다.
좁은 방 안에서 빵을 우걱우걱 먹는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플 것 같았기에 호텔 공용 라운지로 향해 빵도 먹고 블로그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다행히 알뜰폰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혔던 머리가 환기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새벽 4시 30분, 어김없이 이 시간에 하늘에 불이 켜졌다.
그날은 오전 9시 30분부터 부동산과의 약속도 잡혀있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일어나 움직였다. 호텔 조식도 먹고 방으로 들어와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초까지 확인을 하며 8시 59분 45초가 되는 순간, 호텔 방 안에 있는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국제전화가 가능한 전화기였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번호를 누른 후, 알뜰폰 고객센터의 번호까지 누르자 한국어로 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고객센터 연결 안내 음성이었다.
가장 먼저, 나는 원래 사용하던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엊그제 개통한 통신사 개통 철회 시 원상복구가 되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내가 사용하던 통신사는 다행히 간단히 전화만으로 원상복구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다음, 남편이 사용하던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을 문의했다.
그러나 남편이 사용하던 통신사의 원상복구 절차는 나와는 다르게 매우 까다로웠다.
원상복구를 하려면 본인이 직접 대리점에 방문하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해외에 있기 때문에 그 사정을 설명했더니, 원래는 본인이 방문하는 게 원칙이지만 대리인 방문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리인이 방문할 경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까다로운 절차에 한숨이 절로 났지만, 답답해하고 화 낼 시간도 아까웠다.
부동산에 가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고 싶었던 나는, 바로 개통 철회를 해야 하는 통신사에 전화했다.
워낙 연결되기가 어렵다는 알뜰폰 고객센터들이었기에 9시가 되자마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던 건데, 이전 통신사들에 전화하면서 9시 5분 정도가 되니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렸다. 계속 기다리려면 1번을 누르라기에 1번도 몇 번이나 눌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염없이 계속 기다린 내가 받은 것은 강제 전화 종료 처리였다.
마지막 안내 음성은 '계속 기다리시려면 1번을 눌러주세요.'가 아닌, '현재 통화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연결 대기 노래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결국 부동산에 가기 전에 해결을 하리란 마음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