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핸드폰 번호 살리기 대작전(2)
에키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고르는 것은 꽤나 어려웠다.
도쿄역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에키벤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해있었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가지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게 민폐인 것만 같았다. 나는 그래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연어와 이쿠라가 있는 도시락을, 남편은 장어덮밥 도시락을 골랐다
적은 양이었지만 가격이 꽤나 비쌌다. 일본 쌀값이 많이 올랐다던데 그 때문이었을까 생각했지만, 센다이에 도착한 후 몇 번 외식을 하다 보니 곧, 도쿄역에서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 사이에 에키벤의 수요가 높기 때문에 가격도 높은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번에는 아무런 일도 없이 무난하게, 도쿄역에서 센다이로 가는 신칸센에 탑승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센다이에 가는 동안 공항 출입국 심사를 기다릴 때 넷플릭스로 저장해 놓았던 드라마를 시청하며 에키벤을 먹었다.
한창 드라마에 집중해 있던 순간,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공항에서 신청해 둔 한국 알뜰폰 개통 문자일 것 같아서 바로 확인해 보았고, 내 짐작이 맞았다.
문자 수신 후 휴대폰 신호가 끊긴 것을 확인하면 그로부터 10분 후 새로운 알뜰폰 esim을 QR코드를 통해 등록하라는 안내 메시지였다.
문자 메시지로 지시받은 대로 나는 원래 쓰던 한국 esim 신호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로부터 10분 후, 새로 개통된 알뜰폰의 esim을 휴대폰에 등록했다.
그렇게 모든 절차를 완료했는데 원래대로라면 몇 분 후 잡혔어야 할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휴대폰을 몇 번 껐다 켜봐도 똑같았다.
새로 개통한 한국 알뜰폰 esim이 먹통인 것이었다.
분명 일본에 오기 전에 찾아봤을 때는 해외에서도 한국 알뜰폰 개통이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
신칸센에 탑승한 후 내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던 시간은 고작 한 시간도 되지 못했다.
나는 신칸센에서 내려 앞으로 몇 주 간 묵게 될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핸드폰 화면에서 검색창을 끄지 못했다.
그렇게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많은 글들을 집요하게 하나하나 읽어본 끝에 KT망과 S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요금제만 해외에서 개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 개 통신사 망 중에 하필이면 내가 가입한 요금제의 망은 LG U+망이었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어떻게든, 집 나간 멘탈을 부여잡고 호텔에 체크인까지 마쳤다.
한국에서부터 센다이까지, 오늘 하루의 여정을 함께한 남편의 동료가 두 명 더 있었다. 우리는 그 동료들과 저녁 약속을 한 상태였고, 약속 시간까지 약 한 시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으로 다시 개통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시 요금제를 찾아 가입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되지 않았다.
휴대폰 요금제는 관련 법 상, 번호이동 후 90일 이내에는 재 번호이동이 안된다는 정보를 새로 알게 되었다.
개통 후 14일 이내에는 개통 철회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현재 개통된 새로운 알뜰폰의 개통을 철회한 후 원래 사용하던 통신사에 원상복구 요청을 한 다음 다시 새로운 알뜰폰 통신사로 번호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시도하고 알아보는 데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개통 철회를 하려면 새로 개통된 통신사에 요청을 해야 하는데, 이미 그때의 시간은 오후 6시가 지난 후였고 다음날은 대통령 선거일로 공휴일이 된 날이었다.
일이 제대로 해결되기 전까지는 안심하지 못하는 나였다.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편안하지 못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