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핸드폰 번호 살리기 대작전(4)
부동산에서 집을 보고 계약까지 마친 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12시 정도였다.
나도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대부분 회사의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오전과 같이 12시 59분이 되고 얼마 후 수화기를 들었다.
국제전화로 전환하는 번호를 누르고 고객센터 번호를 누른 후 내가 원하는 서비스의 단축 번호까지 누르니 1시가 되었고, 오전과는 달리 바로 상담원과 연결되었다.
엊그제 개통을 마쳤으나 철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니, 개통 당일 철회는 전화를 통해 내가 직접 동의함을 녹취하여 간단히 진행이 가능하지만 당일 이후부터는 문자를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완료한 후 철회가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사정을 설명했다. 현재 해외에 있고, 해외에서 개통되어 한국 신호를 받지 못해 한국 전화번호로 오는 전화와 문자를 받을 수 없다는 사정.
그러나 담당 상담원은 그렇다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통신사 메일을 통해 동의서를 제출하는 방법은 없는지 문의하니 해당 통신사는 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이틀을 기다린 전화는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정말로 휴대폰 요금제 하나 때문에 왕복 50만 원을 태워가며 한국에 다녀와야 하나 절망만 가득한 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문자로 url을 받아 본인인증만 완료하면 되는 절차라면, 그리고 그 본인인증 절차가 요금제를 신청할 때와 같이 그저 주민등록증의 발급일자와 같은 정보만 입력하면 되는 절차라면 한국에 있는 친동생에게 url을 보내 동생이 그것을 나한테 전달해 준 후 인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다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영업 재개 시간에서 몇 분이 지난 시간이었던 터라 아침과 같이 기다리다가 끊겼다가만 반복될 뿐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른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어차피 이제 일정도 없겠다 반복해서 전화를 걸었고 10여 분 만에 다시 상담원과 연결되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상담원이었다. 나는 다시금 그 상담원께 사정을 설명했다.
내가 얘기한 대로 이번 상담원은 내 동생의 번호로 url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전송해 주었다. 곧바로 동생에게 url을 전달받은 나는 그것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열린 화면은······,
근래에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본인 인증 화면이었다.
결국 이것도 내 한국 번호를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한 본인인증 절차였다.
나는 이제 체념할까 했다. 정말로 왕복 항공권 비용이 들더라도 잠깐 한국에 다녀오든, 앞으로 14일간 청약과 관련된 연락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기다렸다가 재 번호이동을 하든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난 체념의 말투로 "아······, 이것도 핸드폰으로 인증을 해야 하는 거네요······." 하고 말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후 통화를 종료할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보다 나를 더 안타까워하며 상담원이 말씀하셨다.
내 상황이 어떻게 보면 특수한 상황이라서 개통 당일 철회 절차처럼 동의 녹취로 철회를 진행해도 괜찮을지 팀장님께 문의를 드려보겠다고 말이다.
"국제전화 요금······, 많이 들 텐데 괜찮으세요?"
"상관없어요!"
내가 지불할 국제전화 요금까지 걱정해 주시던 상담원께 나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상관없다고 답했다. 국제전화 비용,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겠냐는 마음이었다.
얼마나 나오든 센다이와 한국 왕복 비행기 값 50만 원, 또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보다야 훨씬 저렴한 값일 것이었으니.
아무런 소음도 없이, 공기가 흐르는 소리만 들리는 빈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약 15분에서 20분 정도 기다린 듯했다. 그 정적을 "고객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상담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깼다.
기쁘게도, 해당 팀의 팀장님도 내 상황을 특수한 상황임에 동의하여 동의 녹취로 철회를 진행함을 결재해주셨다고 한다.
그렇게 결국 나는 심적으로 정말 길었던 혼자만의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통신사 A의 개통을 철회하고 내가 원래 사용하던 통신사 B로의 원상복구까지 처리를 한 후, 전산 반영이 되기까지 몇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가 통신사 C로의 번호이동까지 마쳤다.
해외에 가면 자동 로밍이 되면서 114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문자가 마구 오곤 한다. 평소 해외여행에 갈 때는 비행기모드를 해제하면 갑자기 폭풍처럼 몰아치는 문자들이 귀찮기만 했다.
그런데 통신사 C로 번호이동이 완료된 후 일본에서 정상적으로 신호까지 잡혀 개통이 완전히 완료되었을 때 우르르 쏟아지는, 한국어로 된 그런 문자들이 그때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내가 호텔 방에서 사용한 국제전화의 총요금은 궁금하지만 궁금하지 않은 상태였다. 알고는 싶은데 알면 꽤나 충격일 것 같은 예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불하기는 해야 할 요금. 미리 알아두자 싶어서 프런트에 가서 물어봤다.
내 물음에 컴퓨터 전산을 통해 확인해 본 호텔 직원은 '너···, 정말 괜찮아?'라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약 9,600엔이라는 요금을 내게 알려줬다.(대화 당시 정확한 요금을 말씀해 주셨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 알겠다고 대답하고 다시 방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10만 원은 넘기지 않았다고, 남편과 애써 긍정적으로 마무리해보았다.
회사에 있는 동안 고객센터에 통화까지 할 시간이 없던 남편은 개통일로부터 14일이 지난 후 중립기관에 번호이동 3개월 제한 예외 신청서를 제출한 후 나와 같은 통신사 C로 무사히 번호이동까지 마쳤다.
그런 일이 있은 지도 벌써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탈 없이 한국 본인인증이 필요한 경우 마음대로 본인인증을 해대며 잘 지내고 있다.
번호이동과의 싸움을 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인 청약도 잘 해결되어 내 집 마련까지 성공했다. 그야말로 고진감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