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본 부동산 임장과 계약하기

뭔가 못 미더운 부동산

by 주키

센다이에 도착한 이틀 후, 앞으로 센다이에서 지낼 집을 알아보고 계약하기 위해 부동산에 갔다. 부동산은 남편 회사에서 연결해 준 곳이었다.

회사에서 연결이 가능한 부동산이 몇 곳 있는지, 우리와 같이 센다이에 온 남편 후배들이 간 부동산은 또 다른 곳이었다.


한국에서부터 남편이 부동산에 대해서 하던 말이 있다. 직원이 많으면서 그 직원들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조금 피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혼자 자취를 해 본 적도 없어서 부동산이라고는 결혼 후 일본에 오기 전까지 거주할 전셋집을 구할 때만 주체적으로 갔던 나는 그 말이 현실로 와닿지는 않았었다.


호텔과 도보로 5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던 부동산은 내가 상상했던 부동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깨끗한 건물 안에 빼곡히 놓여있는 책상들, 그리고 그 책상에 자리한 많은 직원들. 어떻게 보면 남편이 피하고 싶은 류의 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가까운 나라라고 하더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른 일본. 일본의 부동산은 이런 형태인 거겠지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본에 대해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일을 아날로그로 처리하는 만큼 더 꼼꼼하게 해주지는 않을까, 일본 사람들은 워낙 친절하니까 무슨 문의를 하더라도 친절하게 모든 것을 알아보고 답변해 주고 처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었다.


일본 특유의 엄청난 서비스 정신과 환대를 몸소 겪으며 우리는 자리로 안내받았다. 우리를 담당한 중개인은 전날 우리가 미리 웹사이트를 통해 알아보고 전달했던 매물의 카탈로그를 출력하여 우리가 임장 하고자 하는 곳이 맞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총 여섯 곳 정도의 매물을 사전에 전달했었는데 중개인과 상의하여 세 곳은 빼고 남은 세 곳만 돌아보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히 예산 초과였다.

우리가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금액은 단순 야칭, 즉 월세에 불과했고 실제로 지불해야 할 금액은 관리비와 주차비까지 더해져 꽤나 비싸졌다.

남편 회사에서 소정의 야칭을 지원해 주었고, 만약 지원 금액을 초과할 경우 우리가 초과 금액을 지불해도 되지만, 사실 거의 같은 수준의 집에서 회사 지원만 받고도 거주할 수 있는데 굳이 조금 더 괜찮은 곳에 머물고자 몇십만 원을 더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초과금을 지불해야 하는 매물들을 뺀 것이었다.

일본 월세가 정말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감해 보니 심각하긴 했다.


어찌 됐든 우리는 정해진 금액 내의 매물 중 임장을 갈 곳을 선택하기까지 했으니 이제는 임장만 가면 됐다.

임장은 이제까지 우리와 상담했던 중개인이 아닌 다른 직원이 동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임장 동행 직원의 차를 타고 임장을 떠났다.


불신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임장에 동행한 직원이 설마 정말 '동행'만 하는 직원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매물을 보면서 우리가 묻는 질문에 성실히 답을 해주기는 했지만 전혀 전문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예로, 우리가 거주할 맨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주차장 여부 및 있을 경우 기계식인지에 대한 것과 인터넷에 관한 것이었다.


세 곳의 매물을 보는 내내, 내가 여기는 인터넷이 가능하냐고 질문할 때마다 직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종이 한 장 짜리 카탈로그를 보며 "음······, 인터넷에 대한 건 적혀있지 않네요."라거나, "인터넷 대응이라고 쓰여있네요."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그 정도는 나도 일본어를 어느 정도 읽을 수는 있으니 확인이 가능한 문제였다.

일본 맨션에서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문제는 보기보다 더 복잡한 문제였다. (이 이야기는 아마 한 달 내에 새로운 에피소드로 하여금 다룰 예정이니 이번 편에서는 생략.)

당시에는 나도 인터넷에 대해 깊게 알아보기 이전이니, 내가 동행한 직원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듣고 싶었던 대답은 인터넷이 이미 설치가 되어 있는 건지, 내가 인터넷 회사에 연락해서 가입하고 설치를 해야 하는 건지였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카탈로그를 보며 적혀있는 게 없다거나 인터넷 대응이라는 알 수 없는 말만 하니 조금 신뢰가 떨어졌다.


주차장에 대한 질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부동산 웹사이트를 통해 매물들을 알아볼 때 주차 가능 또는 주차장 소개라고 적혀있는 매물들이 많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맨션의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에 대해 궁금해했었다.

그래서 주차장이 있는지와 주차장이 기계식인지 직원에게 물었으나, 그때도 인터넷 질문 때와 같이 우리와 같은 종이를 보며 "주차장에 대해서는 쓰여 있는 게 없네요. 그런데 아래에 주차장이 있기는 했던 것 같은데 자리가 있는지는 맨션 관리인을 통해서 나중에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와 같이 시원하지 않은 대답뿐이었다.


이 사람, 왜 잘 모르는 것 같지?라는 의심을 품은 채, 궁금한 것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임장은 끝났다.

결국 이 직원은 실제 매물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정말로 동행만 하는 직원이었던 것이다. 찜찜했지만 남편이 다시 다른 임장을 위해 시간을 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우리가 본 매물 중 궁금한 점을 해결하진 못했더라도 우리가 지내기에는 마냥 나쁠 것 같지 않았던 매물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 맨션으로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와 우리는 임장 전 우리와 상담했던 중개인과 다시 마주 앉았다.

○○○맨션으로 계약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니, 중개인은 아무래도 그 맨션이 주차장도 있으면서 기계식 주차장도 아니고, 남은 주차 자리까지 있기도 해서 그 맨션으로 하게 될 줄 알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며 중개인은 주차장 배치도 같은 것을 보여주었고, 숫자가 쓰여 있는 주차 자리 중 현재 계약 가능한 자리에 표시를 해 주었다.

그때서야 우리는 일본에서 방을 계약하는데 차를 가지고 있다면 주차 지정석까지 같이 계약을 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임장을 하면서 직원과의 질답이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무사히 앞으로 일본에서 지낼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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